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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김건희 목걸이'의 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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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나토회의 목걸이 위조품 해명
지식재산권 무개념 드러낸 국제적 망신
과시적 짝퉁 소비, 세상 속여도 자신은 못 속여

[시시비비]'김건희 목걸이'의 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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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할 때 착용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에 대해 "20년 전 홍콩에서 200만원대에 구매한 위조품"이라고 해명한 것을 보고 실소를 터트린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금세 들통난 명백한 거짓말이지만, 해당 제품의 가품을 준비해 증거 조작을 시도한 정황까지 나왔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김 여사는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나 뇌물수수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당 목걸이를 '위조품'이라고 둘러댔지만 세계 6위 수출 강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명품 짝퉁을 착용했다는 거짓말은 국제적인 망신이다. 지식재산권(IP)에 대한 무개념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 것이다.

김 여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동행한 나토 회의의 주축인 유럽연합(EU)은 위조품 거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위조품 제조·판매자뿐만 아니라 구매자도 처벌하고 있다.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의 브랜드 본사가 있는 프랑스의 경우 1994년부터 IP법이 시행돼 위조품을 구매하거나 소지한 소비자는 최대 30만유로(약 5억원) 벌금 또는 최대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진다. 프랑스 정부는 위조품을 제조·판매해 벌어들인 수익이 범죄조직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보고 짝퉁 소비자도 엄벌하고 있다. 나토 회의가 열렸던 스페인은 위조품 구매자에게 3400달러(470만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짝퉁 제조·판매자에 대해서만 상표법에 따라 최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위조품 구매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다. 김 여사 측이 특검에 대비해 서희건설로부터 받은 진품을 돌려주고, 태연하게 가품을 준비한 배경일 것이다.


김 여사 측이 해당 목걸이의 위조품을 어디서 구했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짝퉁 소비 현주소를 목도한 듯해 불편하다. 최근 본지가 연재한 [짝퉁의 공습] 2편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13만원에 구입한 샤넬백이 중고거래 플랫폼 직원의 육안 감정에서 880만원으로 평가됐다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기사를 접한 독자들은 "짝퉁을 사도 된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명품 브랜드의 고가 정책에 대한 비판의 일환이지만, 쉽게 얻을 수 없는 럭셔리 브랜드를 향한 욕망의 또 다른 표현이다. 실제 일부는 판매처를 문의하기도 했다.

글로벌 위조품 시장은 최근 2000조원 규모까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과 홍콩, 동남아시아 등 국가의 값싼 인력을 착취하며 생산된 위조품은 e커머스 시장을 통해 국경을 넘나들며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다. 수요자는 위조품 시장의 가장 큰 자양분이다. 글로벌 소비자 74%가 위조품 구매 경험이 있고, 이들 중 절반 이상(52%)이 가품이라는 것을 알고도 구매했다는 보고서(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2023년 '글로벌 위조 방지 소비자 설문조사')도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명품 소비를 '구별짓기(distinction)'라고 했다. 상류층이 다른 계층과 차별화하기 위한 시각적 표식이 명품이며, 이는 일종의 사회계급적 전략이라는 것이다. 소비자가 자신의 돈을 쓰고 상류층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욕망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권력의 정점에서 남의 손을 빌려 명품을 수집하거나, 위조품을 통해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구별짓는 것은 비판이 마땅하다. 짝퉁이 감쪽같이 세상을 속일 수 있지만, 적어도 자신까지 속일 수는 없다.





지연진 유통경제부장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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