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장비 동원한 전문가 범행 정황
프랑스 공공 박물관 대상 절도 잇따라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 지질광물전시관에 전시돼 있던 금 원석들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프랑스의 공공 박물관들에서 유사한 절도 사건이 잇따르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17일(현지시간) AFP통신을 인용해 이번 침입 절도 사건이 16일 오전에 감지됐다고 보도했다. 절도범들은 절삭기와 가스 토치를 동원해 밤새 전시관 내부로 침입해 금 원석들을 훔쳐 간 것으로 전해졌다. 금 원석은 금과 은 등이 섞인 정련되지 않은 자연 상태의 광물이다.
박물관 측은 "도난당한 금 원석은 시세 기준으로 약 60만 유로(한화 약 9억8000만원)의 가치를 지니며, 문화재로서 가치는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도난 사건 이후 박물관은 지질광물전시관을 휴관하고 다른 전시품의 피해 여부를 점검했다.
박물관 관장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범인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전문 장비를 사용한 전문가 집단"이라며 "범인들이 이 아이템을 가져간 것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범인들은 단순 침입자가 아니라 철저히 준비된 조직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의 한 경찰 관계자는 일간 파리지앵을 통해 "지난 7월 이 박물관의 보안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으로 일시적으로 무력화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절도 당시 해당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물관 측은 "최근 몇 달 동안 여러 공공 박물관 수집품이 연이어 도둑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앞서 이달 초에도 도자기로 유명한 프랑스 리모주 소재 아드리앵 뒤부쉐 국립박물관에서 중국 도자기 접시 2점과 꽃병 1점이 도난당했다. 해당 도자기들은 프랑스 국보로 지정돼 있었으며, 피해 추산액은 약 950만 유로(한화 약 155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11월에는 파리 코냑제이 박물관에서 한낮에 도끼와 야구방망이를 든 남성 4명이 전시 유리장을 부수고 18세기 미술품 여러 점을 훔쳐 달아났다. 불과 하루 뒤에는 프랑스 중부 손에루아르 지역의 박물관에서 무장 강도들이 수백만 유로 상당의 장신구를 강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0년에는 파리 현대미술관에서 크로아티아 출신 침입절도범 베란 토미치가 피카소, 마티스, 모딜리아니 등 유명 화가의 작품을 훔친 사건도 있었다. 그는 이듬해 체포되어 2017년 징역 8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도난당한 작품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도난 피해 규모는 1억 유로(약 16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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