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주최 '2025 세계 바이오 서밋
폐쇄적 인재 구조, 성장에 한계
메가펀드 조성·글로벌 연계 필요
한국의 바이오클러스터가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하려면 인재와 자본 확보,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세계 바이오서밋 2025' 세번째 세션 '지역 바이오 클러스터'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 패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가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으로 17일 서울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세계 바이오서밋 2025' 세션 3(바이오 클러스터: 지역·경계를 넘어선 바이오 생태계 혁신)는 각국 클러스터 전략을 비교하며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패널들은 "지역 클러스터의 분산된 역량을 하나로 묶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결해야 한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외국인 인재도 과감히 데려와야"
이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바이오클러스터의 3대 핵심 성공 전략은 ▲국경 없는 인재 유치 ▲성장을 뒷받침하는 자본 ▲규제 혁신 등이다.
스티븐 조 전 노바티스 수석부사장은 "서구 클러스터의 성공 요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연구진을 유치해 생태계에 통합시킨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바이오클러스터에 가면 외국인 연구자들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폐쇄적인 인재 구조가 성장의 한계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스위스 바젤의 성공 비결 역시 인재 유치에 있었다. 폴 애슈만 바젤 투자청 국제시장·비즈니스 업무 책임자는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높은 삶의 질 ▲높은 임금 수준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영어를 사용하는 개방적이고 다문화적인 환경 등을 바젤 바이오클러스터 성공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우수한 인재들이 스스로 찾아와 머물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 카와마타 고베대 교수는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로 들었다. 그는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자기충족적 효과'를 만들지 못한 적이 많았다"며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민간 운영과 혁신적 제조 인프라, AI·자동화 같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 관료만으로는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다"며 "미쓰이·미쓰비시 같은 민간 상사들이 글로벌 시장 접점을 열고, 한국·일본이 공동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에선 의과대학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한남식 캠브리지대학교 밀너의약연구소 AI연구센터장은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에만 몰리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며 "스타 과학자와 스타트업 유니콘의 성공 사례가 쌓여야 청년 세대가 과학기술 창업에 뛰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 단위 바이오 클러스터 플랫폼 필요
자본 유치 역시 바이오클러스터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구 클러스터들은 내수 시장에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를 무대로 자금을 조달하는 반면, 한국은 아직 글로벌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이에 단순한 연구·개발 지원을 넘어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조 단위의 '메가 펀드'를 조성하고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주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인재경영실장은 "보스턴과 바젤 같은 세계적 클러스터는 단순히 정부 지원이 아니라 인재와 자본, 국제 연계가 결합해 완성됐다"며 "한국은 오송·대구·경기 등 22개의 지역 클러스터에 5000개 기업이 흩어져 있어 분절과 중복 문제가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법은 통합을 통한 차별화"라며 "통합 거버넌스와 민간 주도의 운영, 국내 클러스터를 잇는 국가 단위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스위스는 글로벌 인재 경쟁력 1위이고, 보스턴은 세계 최고의 졸업생을 끌어들인다. 한국도 인재 투자와 메가펀드 조성, 글로벌 연계 없이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차병열 김해의생명산업진흥원 의생명센터장은 지역 클러스터 활성화를 위해 규제 혁신을 핵심 과제로 짚었다. 그는 "1977년 미국 캠브리지 시의회가 재조합 DNA 연구를 승인하면서 보스턴 클러스터가 성장할 토대를 마련했다"며 "바이오는 규제산업이므로 새로운 연구 영역을 열어주는 '게이트'가 곧 규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고베의 경우 클러스터 내에 규제연구 기능을 두고 신속한 제도 개선을 반복하는 모델이 있었다"며 "한국도 CDMO(위탁개발생산), AI(인공지능)·디지털헬스케어 등 강점 분야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연구와 사업화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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