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곳곳에 '러닝 크루' 관련 현수막 걸려
해당 현수막에 누리꾼 대다수 공감 표해
시민 자율성 제한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최근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공원 일대에 동호회를 만들어 여럿이 함께 달리는 '러닝 크루' 활동이 활발해지자 일반 산책객들의 불편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서울 곳곳에는 러닝 크루를 겨냥한 경고문이 설치된 가운데 누리꾼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6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의도공원에 설치된 '러닝 크루 No 4' 안내판 사진이 공유됐다. 안내판에는 웃옷 벗기 금지, 박수·함성 금지, 무리 지어 달리기 금지, "비켜요" 외치기 금지 등 네 가지 수칙이 담겼다. 해당 현수막에는 "서로를 배려하며 2열로 안전하게 달립시다", "여긴 모두의 공원입니다"라는 문구도 함께 적혀 있다.

최근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공원 일대에 동호회를 만들어 여럿이 함께 달리는 '러닝크루' 활동이 활발해지자 일반 산책객들의 불편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조용준 기자
해당 사진에 누리꾼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다수의 누리꾼은 "나도 러닝을 하지만 크루들 때문에 욕이 나온다", "대로변에서 '비키세요'라는 소리에 놀라 넘어진 적이 있다", "번화가 인도에서 10여 명이 몰려 뛰는 건 몰상식하다", "크루가 무슨 권력이냐" 등 부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또 "적당히라는 게 없다", "상의 탈의까지 하며 달리는 모습은 불쾌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반면 일부 민원을 이유로 러너들의 자율성을 제한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었다.
'러닝 크루'에 대한 엇갈리는 시선, 공존 해법 절실
'러닝 크루'에 대한 현수막은 여의도공원뿐 아니라 서울 서초구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서초구는 이달부터 반포종합운동장 러닝 트랙에서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전면 제한하는 규정을 시행했다. 서초구는 현수막을 통해 "트랙 내 인원 간 간격을 2m 이상 유지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관리자의 판단에 따라 주의 또는 퇴장을 요구할 수 있다"고 고지했다. 또 6인 이상이 한꺼번에 달리는 경우 반드시 팀을 쪼개 4명·3명 등 소규모로 나눠 달려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최근 늘고 있는 러닝 크루 유료 강습에 대해서는 사전 허가를 받지 않으면 현장에서 즉시 퇴장 조처된다고 강조했다. 서초구는 "무단 강습 적발 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송파구 역시 석촌호수 산책로에 '3인 이상 러닝 자제' 현수막을 설치했다.

'러닝 크루'에 대한 현수막은 여의도공원 뿐 아니라 서울 서초구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서초구는 이달부터 반포종합운동장 러닝 트랙에서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전면 제한하는 규정을 시행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원본보기 아이콘서울시뿐 아니라 경기도 내 여러 시·군에 러닝 크루 민원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고양시는 재작년부터 자전거 도로와 러닝 코스를 분리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자전거 이용객들과 러너 간 마찰이 빚어져 잦은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평택시는 최근 함박산 중앙공원 등에서 단체 러너에 대한 불편 민원을 받고, 안전을 당부하는 현수막을 부착한다는 계획이다. 의왕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통행 방해 민원을 이유로 백운호수 공원에 단체 달리기를 자제해달라는 현수막을 게시했는데, 일부 러너들의 항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도 최근 분당 율동공원에 관련 현수막을 부착했고, 탄천에는 3인 이상 달리기 자제 내용의 플래카드가 설치된 상태다. 이밖에 화성시는 동탄호수공원 데크 길에 시설물 훼손·안전 사고를 이유로 집단 달리기를 자제하고 있고, 수원시와 하남시도 각각 광교호수공원, 미사 공원에 협조 현수막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런 현수막이 있지만, 일부 러너나 러닝 크루의 일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성인 여러 명이 무리 지어 달리다 보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으로선 위험하고, 일부 러너의 상의 탈의 행위까지 겹치면서 불편이 쌓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러닝 크루를 법적 단속·계도 대상에 넣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원녹지법상 공원 시설을 훼손하거나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는 단속 대상이지만, 러닝 크루와 같은 동호회를 해당 범주로 해석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러닝 크루를 둘러싼 행정당국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들을 제재 대상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공원이 누구나 함께 쓸 수 있는 '공공재'인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규제에 그치지 말고 보행자와 러너 등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한 러닝 크루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는 가운데 당분간 러닝 크루에 대한 논란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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