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
3명 이상땐 영업익 5% 과징금
사고 반복땐 건설사 등록 말소
"대형사는 사고 많을 수밖에
과징금에 입찰 제한 불합리"
산업현장에서 연간 3명 이상 사망 시 영업이익의 5% 과징금과 반복 사고 땐 등록 말소를 골자로 한 정부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발표되자 산업재해 사망사고 1위 건설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중대재해는 근절해야 하나, 여러 법률에 걸쳐 중복적으로 부과될 수 있는 과징금 등 경제적 처벌이 우량 기업마저 경영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수준이라고 업계는 지적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6일 "대형사일수록 현장이 많아 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단순히 '3명 사망'이라는 기준으로 과징금을 물리고 영업정지와 공공입찰 제한까지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대형사들이 줄줄이 영업정지, 과징금으로 공사가 중단되면 안전에 더 열악한 중소건설사들이 공사를 맡게 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여러 법률에 걸쳐 과징금이 중복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건설안전특별법 등에서 과징금 관련 내용이 중복 발의되고 있다"며 "각각의 법률에서 중복적으로 처벌이 이루어질 경우, 안전 관리에 힘쓰는 우량 기업조차 한 번의 사고로 경영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형벌은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되지만, 행정처분인 과징금에는 중복 부과를 조율하는 장치가 없다.
이런 행정적 부담은 결국 건설산업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협회 관계자는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 신규 고용은 위축되고, 대규모 주택 공급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최근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한 대우건설의 경우 정부 대책 기준을 적용하면 과징금은 202억원에 이른다.
업계는 발주자에 적정 공사기간과 적정 공사비 부여 의무를 지운 것은 긍정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청에 책임이 집중된 현 정책은 하청업체나 근로자의 안전 수칙 준수 노력 등 현장 참여자 전체의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미흡하다"며 "발주자부터 근로자까지 공사 현장 참여자 모두에게 안전 문화 확립 책임과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싱가포르의 경우 발주자가 별도의 안전 관리자를 선정해 시공사와 현장 안전 관리 및 사고에 대해 함께 책임진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 관련 대책을 두고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반응이 나왔다. 불법 인력 적발 시 고용 제한을 현장 단위에서 사업주 단위로 확대하면 합법 인력까지 막혀 오히려 불법 고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도급사를 회원사로 둔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근로자공제회 통계 기준 필요 인력은 170만명인데 실제 현장 투입은 157만명에 그친다"며 "부족분을 외국인력으로 채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합법 인력은 쿼터가 적고 절차도 까다로워 불법으로 기울게 된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 골조 공사는 10개월이면 끝나는데 최소 근로계약 1년 요건과 맞지 않아 불법 인력이 더 많다"며 "사업주 단위로 제재하면 합법 인력을 쓰던 현장까지 포기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건설업황이 침체한 가운데 이번 대책으로 업계 전반의 외형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건설업은 수주 가뭄에 인건비 상승 등 이중고에 이어 안전관리 의무 강화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건설업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형사를 포함 건설업 전반의 외형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건설업의 진짜 경쟁력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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