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
금소법 일부개정안 소위 회부
금융위·금투협, 검토보고서에서
"차별금지 조항 충분, 개정 실익 없어"
저축은행중앙회, 소규모 금융사 경영부담 이유로
반대 입장 표명
장애인에게 금융상품 계약을 권유할 때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는 법안에 대해 금융계가 현행 규정이 이미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소규모 금융사의 경영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지난달 26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개정안은 금융상품판매업자나 금융상품자문업자가 금융상품 계약을 권유하거나 자문업무를 할 때 장애의 유형이나 정도를 고려한 기준이나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금융업권은 이미 해당 법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가 명시돼 있다며 개정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개정안에 대한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는 금소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차별금지 조항이 마련된 점, 시행령 등에서 내부통제 기준에 포함해야 할 사항으로 '장애인 거래 편의성 제고 및 재산상 피해 방지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 점, 은행권 시각장애인 응대 매뉴얼을 마련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현행 법체계가 장애인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금소법 15조에는 장애를 이유로 한 금융소비자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선 금융현장에선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장애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거부하거나 대출 과정을 차별적으로 운영하는 등의 사례가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밝혀졌다. 강원도의 한 지역 농협이 시각장애인에게 대출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대출서류를 공증하도록 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장애를 이유로 성년후견인 서류가 필요하다고 안내하며 중도금 대출이 거절될 수 있다는 암시와 함께 불안감을 조성한 것이 문제가 됐다.
지적장애인인 피해자가 장애인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은 아파트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신청했으나 시중은행이 지적장애를 이유로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이 은행은 단순히 지적장애를 이유로 대출을 거절한 게 아니며 대출 계약 체결을 위한 의사능력 등을 확인한 결과 피해자의 이해가 부족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인권위원회는 은행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을 했다고 판단했다. 은행권에서 마련한 시각장애인 응대 매뉴얼도 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경영부담을 이유로 개정에 반대하는 업권도 있었다. 현행 금소법은 상시근로자 5명 미만인 소규모 금융사에 대해 예외적으로 법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금소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들도 업무처리기준을 마련하고 준수해야 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검토보고서에서 강행규정 신설에 따라 인력과 예산 등에 제약이 많은 소규모 금융사에 대해 경영상 부담을 야기할 수 있어서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 신설 시 소규모 금융사의 비용 부담 등 현실적인 애로사항을 감안해 대통령령 등 하위 규정에서 수범대상의 자산 기준 등 일정한 적용 예외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