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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EW]잠들지 않는 주식시장, 누구에게 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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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개인 투자자 중심 야간 거래
AI·토큰화와 맞물린 '잠들지 않는 시장'

[THE VIEW]잠들지 않는 주식시장, 누구에게 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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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평일 24시간 중 23시간 거래가 가능한 24X라는 거래소의 전국 단위 증권거래소 운영 등록을 승인했고 이달 말 공식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처음에는 오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거래가 가능하지만, 점차 일요일 오후 8시부터 금요일 오후 8시까지 매일 점검 시간을 제외하고 23시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확대해 늘어나는 장외거래 수요를 충족시키려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도 주식 거래 시간을 하루 24시간으로 확대하려는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토큰화 등 기술 발전과 맞물려 '잠들지 않는 시장'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거래 기회를 넓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정규 시간 외 거래는 미국 전체 주식 시장 거래량의 약 11%를 차지하며, 대부분은 정규 시장 개장 직전과 폐장 직후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미국 동부 시간 기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이어지는 야간 거래는 전체 거래량의 0.2%에 불과할 정도로 비중이 작다. 이 시간대의 거래 특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요한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야간 거래는 주로 개인 투자자들에 의해 주도된다. 한 연구는 야간 거래량의 80%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며, 그중 절반가량이 한국 투자자로부터 나온다고 분석했다. 나머지 20%는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관투자가보다는 개인들이 야간 시간대에 발생하는 뉴스나 시차에 따른 필요에 의해 거래에 참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이 시간대에 시장의 질이 현저히 저하된다는 점이다. 야간에는 거래소의 시세가 제공되지 않아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가 정규 시간에 비해 크게 벌어진다. 매일 야간에 거래되는 주식의 경우 스프레드가 약 40% 더 높았고, 전체 야간 거래 주식으로 확대하면 144%까지 치솟았다. 이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거나 팔 때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의 실질적인 거래 비용은 정규 시간 대비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시간 열리는 시장은 기회의 확장인 동시에 위험의 확대를 뜻한다. ‘잠들지 않는 시장’은 일부에게 기회, 다수에게는 위험이 될 수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24시간 열리는 시장은 기회의 확장인 동시에 위험의 확대를 뜻한다. ‘잠들지 않는 시장’은 일부에게 기회, 다수에게는 위험이 될 수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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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투자자 보호 장치의 부재다. 정규 시장에서는 최선호가 체결 의무에 따라 투자자가 가장 유리한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보호받지만, 야간 거래 시간에는 이러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서킷브레이커와 같은 투자자 보호 장치도 작동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불리한 가격에 거래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야간 거래의 92%가 최선호가와 같거나 더 나쁜 가격에 체결되었으며, 가격 개선 효과는 거의 없었다.


일부 증권사들은 시장 가격이 급변할 때 개인 투자자의 시장가 주문을 특정 범위 내의 지정가 주문으로 자동 전환해 보호하려 했지만, 오히려 정교한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기관투자가들이 이를 역이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규제 공백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정보와 시스템의 비대칭성으로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럽 시장을 분석한 한 연구는 미국보다 긴 거래 시간이 오히려 유동성을 분산시켜 시장의 질을 해치고 거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히 거래 시간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시사한다.


24시간 거래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잠들지 않는 시장'은 일부 영리한 투자자들에게는 기회의 장이 되겠지만 다수의 개인 투자자에게는 위험한 정글이 될 수 있다. 경쟁적인 호가를 장려하고,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하며, 시간대와 상관없이 모든 투자자가 공정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24시간 거래 시대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선결 과제일 것이다.


박성규 미국 윌래밋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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