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계 '이스라엘 보이콧'에 입장
"국적 이유로 창의적인 예술가 침묵 안 돼"
경영진·네타냐후 총리 관계 탓이란 평가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할리우드 영화계에 이스라엘 보이콧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파라마운트는 이에 동의하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인용해 "파라마운트가 전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영화 제작자를 보이콧하는 최근 움직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파라마운트는 또 "국적을 이유로 창의적인 예술가를 침묵하게 만드는 것은 더 나은 이해와 평화를 증진하지 않는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참여와 소통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NYT는 "(파라마운트는) 4000여명의 할리우드 업계 종사자가 지지하는 이스라엘 보이콧을 비난한 최초의 주요 할리우드 스튜디오"라며 "파라마운트가 스카이댄스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향후 우경화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한 달 만에 이런 성명이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파라마운트는 지난달 영화 제작사 스카이댄스와 80억달러(약 10조 5000억원) 규모의 합병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데이비드 엘리슨 스카이댄스 최고경영자(CEO)의 부친인 래리 엘리슨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라마운트가 이번 성명을 낸 배경에 이들의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파라마운트와 스카이댄스는 합병 말미에도 잡음이 있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7월 합병안을 발표했고 올해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승인을 받았다. 다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합병이 늦춰졌었다.
여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파라마운트의 자회사인 미국 CBS 방송이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인터뷰할 때 '해리스 전 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을 삭제했다'며 200억달러(약 28조원)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파라마운트 이사회는 해당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1600만달러(약 217억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이후 FCC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았다.
이번 성명에 대해 팔레스타인 영화 노동자 협회인 '팔레스타인을 위한 영화인들'은 "우리의 동료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약속(이스라엘 보이콧)을 왜곡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비난했다. 앞서 에마 스톤, 마크 러팔로, 틸다 스윈턴 등 유명 배우와 감독들은 지난 10일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이스라엘 영화 기관·기업과 협업하지 않겠다며 보이콧을 선언한 바 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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