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내용 공개…그룹 인수합병 길 열려
故 아르마니, 1985년 이래 유일한 대주주
최근 사망한 이탈리아 패션계의 전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자신이 설립한 패션 하우스의 지분을 다국적 명품 기업들에 매각하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12일(현지시간) 아르마니의 유언장 사본을 인용, 아르마니 재단이 패션 하우스 지분 15%를 18개월 이내에 매각하고, 그로부터 3~5년 이내 동일한 인수자에 추가로 30~54.9%의 지분을 넘겨야 한다고 보도했다.
또 아르마니는 유언장에 프랑스의 대표 명품 기업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뷰티 산업계의 강자인 로레알, 렌즈·안경 용품 제조업체 에실로룩소티카 또는 이와 유사한 위상을 가진 기업들에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블룸버그는 이같은 유언 내용을 토대로, 아르마니가 설립한 명품 그룹의 인수합병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르마니는 1975년 세르지오 갈레오티와 함께 기업을 설립했으며, 갈레오티가 1985년 사망한 이후로는 유일한 대주주였다. 자녀가 없는 그는 기업을 아르마니 재단 및 친족, 자신의 파트너인 레오 델로르코에게 남겼다. 델로르코가 당분간 기업의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아르마니 그룹은 지난해 23억유로(약 3조7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업계 전반의 경기 침체로 인해 수익성은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마니는 지난 4일 자택에서 향년 91세로 눈을 감았다. 그는 '우아함의 황제', '미니멀리즘의 거장' 등 별명으로 불리며 명품 업계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전 그는 "나는 실용적이지 않은 의류나 액세서리를 만드는 건 전혀 가치가 없다고 본다"며 "실제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한다"는 패션 철학을 고수해 왔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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