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장관, 루비오 美국무장관 만나 제안…韓별도비자 신설 등 논의할 듯
미 구금됐던 근로자 330명, 오늘 오후 3시 전후 인천공항 입국
미국 조지아주 한인 근로자 구금 사태를 계기로 한미 양국이 비자제도 개선을 위한 워킹그룹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 워킹그룹에는 미 국무부뿐만 아니라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안보부가 비중 있게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미 양국이 비자 활용 범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재정립하고, 추후 유사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장기적으로는 비자 신설 등 문제를 함께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됐다 풀려난 한국인 316명이 탑승한 전세기가 11일(현지시간) 오전 11시38분께 미국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을 이륙하고 있다. 2025.9.12 연합뉴스
7일간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인 316명을 포함한 근로자 총 330명은 12일 오후 3시를 전후로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귀국편 전세기에는 주애틀랜타 총영사 출신인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함께 탑승해 이들을 인솔하고 있다. 공항에는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나가 구금됐던 근로자들을 직접 맞이할 예정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 급거 방미했던 조현 외교부 장관도 워싱턴D.C.발 직항편을 통해 이날 오후 5시께 귀국한다.
300명이 넘는 한국 국민이 무더기로 미 당국에 의해 체포된 것은 한미 양국관계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특히 미국이 환영했던 '대미 투자'의 상징과도 같았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근무하던 인력을 마치 중범죄 집단 다루듯 쇠사슬로 묶어 연행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국내에 큰 충격을 줬다. 자진 잔류를 택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이 모두 풀려나 무사히 귀국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태의 발생 배경에 대한 미국 측의 명확한 입장 확인은 외교적으로 더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 삼아 한미 간 비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인에 대한 비자 확대는 정부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조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비자 카테고리 신설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워킹그룹 신설을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루비오 장관도 "빠른 후속 조치를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별도로 면담한 앤드류 베이커 미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도 비자 제도 개선에 적극 동의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이룬 대규모 대미투자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현 비자 제도는 이를 뒷받침 해오지 못했다"며 후속 조치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비자 워킹그룹은 한미 고위급 협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아직 구체적 발족 시기 및 구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번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근로자를 상대로 단속 작전을 벌인 이민세관단속국(ICE)을 관할하는 부처인 국토안보부를 중심으로 미 국무부도 참여하고, 논의에 따라 상무부 등 미 연방정부 관계자가 폭넓게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워킹그룹에서는 대미투자 기업 근로자들이 미국 현지에서 우선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현행 비자 체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단기 상용 비자(B1)의 발급 및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또 전문직 종사자 대상 취업용 비자(H-1B)의 할당을 확대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인 전문인력용 별도 비자(E-4) 쿼터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이는 '한국 동반자법(Partner with Korea Act)' 안이 미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양국 정부 차원 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관련해 조 장관은 현지에서 토드 영(공화, 인디애나)·앤디 킴(민주, 뉴저지)·빌 해거티(공화, 테네시) 상원의원을 각각 만나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우리 인력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긴요하다"며 의회 차원의 지원을 당부했다. 상원의원들도 이번 사태가 한미 경제협력과 한국 기업들의 투자 촉진 및 이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점에 적극 공감하고, 추후 의회 입법 등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