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치밀하고도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별개의 정책이 산발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러 정책이 상호 연계돼 추진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미국은 범정부 차원에서 조밀하게 대중국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특정 조치를 발동하면 우회 방안을 찾아내는 중국 기업들로 인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음을 수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태양광 모듈의 경우를 살펴보면 2018년 미국은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대해 30%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캄보디아 등에 대규모 최종 조립 공장을 건설해 현지 조립 모듈을 낮은 관세로 미국에 우회 수출했다. 미국은 우회 수출에 대해서도 중국산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미국에 진출했던 국내 업체가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
미국의 대중국 경제안보 정책은 크게 고강도 수출통제로 반도체 등 첨단분야 기술 추격을 막으면서 다양한 관세 조치로 중국 상품의 미국 진출을 억제하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정책의 허점(Loopholes)을 막아야 함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중국산 수입 상품에 대해 145%까지 관세를 높였다가 2차례 유예 협상을 통해 오늘 11월까지 30%를 유지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자상거래로 허용되는 800달러 미만 '소액 소포 면세(de minimis exemption)' 제도가 관세 제도의 허점임을 밝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액 면세 제도는 이 나라가 한 가장 어리석은 짓 중 하나다"고 언론에서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미국은 중국과 홍콩으로부터 수입되는 800달러 미만 소포 면세 제도를 폐지했다. 해당 소포에 대한 기본 관세율 30% 또는 품목당 25달러를 적용하기로 했다. 30% 관세는 미국이 중국과 관세 휴전에서 합의한 30%와 동일하다. 기본적으로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서는 30% 관세를 매기는 정책의 일환인 듯하고, 앞으로 미국은 중국에 대해 30% 관세를 고수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시작한 전자상거래는 알리바바, 세인, 징둥(JD.Com), 테무 등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800달러 미만 면세 제도와 정부보조금 지급으로 저렴해진 미국의 우체국 소포 요금체계는 중국계 전자상거래 업체 비즈니스 모델의 바탕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있지만 매일 수백만 개의 소포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배달됨에 따라 관리 부실과 남용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8월 29일부터 미국은 모든 국가의 저가 소포에 대한 소액 소포 면세 제도를 영구 폐지했다. 미 당국은 면세 제도를 중국이 제3국을 통해 미국 관세를 우회 수출하는 것을 막고 마약 등 금지된 품목의 밀수 수단으로 악용되기에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체국을 포함한 모든 배송망에 대해 지난 8월 7일부터 발효된 국가별 상호 관세에 따라 고정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유학생 자녀나 친지에게 김치나 선물을 보낼 때 부담하는 관세가 상품가격보다 더 커지게 됐다. 이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엄청나겠지만 미 당국은 면세 폐지 효과에 만족해하고 있다. 중국과 홍콩발 소액 소포가 일일 평균 400만 건에서 100만 건으로 줄고 이들 소액 소포에 부과한 관세가 5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소액 소포 면세 조치를 변경했고 미국의 폐지 결정에 유럽연합(EU)과 영국도 유사한 방향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국경 간 소액 전자상거래 무관세는 소비자에게 큰 편익을 준다. 면세 제도 폐지보다는 관세상 보완 대책을 모색하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