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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조지아 韓근로자 집단 구금, 법과 인권의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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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조지아 韓근로자 집단 구금, 법과 인권의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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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에 파견 또는 출장 갔다가 불법체류 또는 미국 이민법 위반으로 구금되었던 우리나라 근로자 316명이 오늘 한국에 돌아온다.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귀국으로 이 사태가 종결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이 등 뒤로 총기를 겨누는 경찰을 뒤로하고 벽을 마주 보고 서 있으면서 쇠사슬에 손과 허리를 묶이고 수갑과 족갑까지 차이는 장면을 보고 분노와 모멸감을 느낀 것은 필자만이 아니었으리라.


미국은 모든 문제가 법원에 의해 최종적인 판단을 받게 되어 있는 사법 우선 시스템의 국가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러한 일이 일어나게 됐나. 필자는 법률가로서 가지게 된 의문을 풀기 위해 어젯밤 구속된 한국인 기술자들을 위한 변론업무를 수행한 미국 애틀랜타 소재 넬슨 멀린스 로펌의 이정화 변호사와 영상회의를 했다. 여기에서 미국 현지 상황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알아두어야 할 점은 B1비자의 성격이다. B1비자는 단기 비즈니스 목적의 방문을 위한 비자로 한국 장비 회사가 자사 설비를 설치·세팅·조율·시험 가동하기 위해 기술자를 현지에 파견하는 것은 법적으로 명시적으로 허용된 활동이다. 이는 미국 내 취업이 아닌 교역을 위한 상거래 활동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불법 채용을 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이들은 입국 시점에 이러한 목적을 미리 설명했고, 미국 입국 심사관의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소명 기회조차 없이 체포·구금됐다.


이민 당국은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원의 영장을 제시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영장은 중남미계 4명을 체포하기 위해 발부된 것이었다. 단 4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근거로 500여명의 인력을 동원하고, 헬기와 장갑차를 포함한 100여대의 차량까지 투입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민 당국 스스로 수개월 전부터 내사를 해왔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이는 처음부터 한국 기업의 공장 건설에 참여한 한국 기술자를 표적으로 삼아 계획적으로 집행한 것이 아닌지 강한 의문이 든다. 만약 이들이 실제 목표를 숨기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다면, 이는 영장 신청 과정 자체가 위법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 법치주의의 근간인 적법절차(due process)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일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문제는 과도한 구속과 인권 침해다. 테러리스트나 폭력성이 수반된 중범죄자가 아닌, 단지 공장에서 기계 장비를 설치하던 사람들에게 쇠사슬·수갑·족쇄를 채우는 것이 과연 적법하고 필요한 조치였는지 하는 부분이다. 나아가 이러한 대우가 미국 법령뿐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담고 있는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공정·공평 대우와 보호, 경영진 국적 제한 금지 조항의 정신에 부합하는지도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


거액의 투자를 한 한국 기업들이 예상치 못한 대규모 체포와 단속을 당한 것은 심각한 사안이다. 우리 기업들이 하루빨리 정상 경영을 회복하길 바라며, 무엇보다 고국을 떠나 외부와 단절된 채 신체적 구속과 인격적 모멸, 공포를 직접 견뎌야 했던 한국 기술 인력들에게 깊은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박수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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