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블루 케미스트리의 도전과 기회
韓, 3면 바다 지리적 이점과 세계적 수준 산업 기반 갖춰
높은 생산 단가, 사회적 수용성 확보는 부담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환경과 세계적 수준의 공정·소재 산업 기반 덕분에 블루 케미스트리를 선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해양 자원과 화학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 반도체와 바이오산업에서 축적한 정밀 공정 역량은 연구실 성과를 산업 현장으로 옮기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수처리 분야에서는 해수담수화용 역삼투(RO) 및 나노여과(NF) 필터 기술이 강점이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청주 RO필터 공장에 1246억 원을 투자해 연간 40만 개 생산 체제를 구축할 예정인데, 이는 연간 1억5700만t의 담수를 공급해 약 1600만 명에게 물을 제공할 수 있는 규모다. 필로스와 같은 국내 기업들도 MF(미세여과)·UF(한외여과)·NF·RO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필터를 공급하며 정수 및 폐수 처리 시스템의 핵심 부품을 담당한다. 이러한 역량은 한국이 기후 위기 시대 수자원 확보 기술을 수출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탄소 자원화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진전이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연구진이 개발한 CO₂를 알릴알코올로 전환하는 전기화학 촉매 기술은 글로벌 수준의 효율을 달성했으며, 정부는 산·학·연 연계 CCU(탄소 포집·활용) 프로젝트를 통해 실증 단계로 확장 중이다. 포스코와 SK는 포집된 CO₂를 화학 원료와 합성 연료로 전환하는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해 산업 현장의 적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일반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분야로는 식품·화학 업계의 상용화 사례가 있다. CJ제일제당은 'PHACT' 브랜드로 2022년 인도네시아 생산기지에서 연간 5000t 규모의 PHA(polyhydroxyalkanoate) 생산 체제를 갖췄고, 이는 세계 생산량 기준에도 상위권이다. PHA 시장은 2024년 7312만 달러 규모에서 2030년 약 1억7468만 달러로 연평균 15.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남은 과제도 뚜렷하다. 미세조류·해조류 기반 바이오 플라스틱은 생산 단가가 높아 기존 석유 기반 소재와 가격 경쟁이 어렵고, 해양 알칼리도 강화와 같은 탄소 흡수 기술은 생태계 영향과 비용 부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상용화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가진 산업 기반을 발판으로 삼으려면 장기 전략과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정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생명공학연구센터 박사는 "한국은 해양 자원, 산업 역량 등 블루 케미스트리 발전의 토대를 갖추고 있지만, 이를 제도와 사회적 합의로 뒷받침해야 지속가능한 기술 선도국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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