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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길 산책] 공자가 AI를 만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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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길 산책] 공자가 AI를 만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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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가외(後生可畏·후학을 두려워할 만하다)'.


논어에 나오는 이 말은 흔히 신세대 존중의 의미로 쓰인다. 또 다른 시각은 경제 사회적 접근이다.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의 변화, 즉 청동기에서 철기시대로 전환하던 격동기와 관련해서다. 요즘 말로 산업혁명의 전환에서 신기술로 무장한 후학들에 대한 경탄이란 시각이다. 단 공자는 조건절을 붙였다. "40, 50이 넘어서도 소문이 나지 않으면 존경하지 않아도 된다".

공자가 요즘 인공지능(AI) 시대를 마주했다면 뭐라고 했을까? 'AI 可畏'라며 감탄하진 않았을까. 뒷단에는 어떤 조건절을 붙였을지 궁금하다. 선생과 후생을 대비했듯, 그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인간지성(Human Intellectual)을 대비시키지 않았을까. 공자는 "AI는 뛰어나 경탄할 만하지만, (도구는 도구일 뿐) 사이를 잇고, 맥락을 보지 못한다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토를 달았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


인공의 공(工)이 글자 그대로 도구라면, 인간의 간(間)은 사이와 맥락이라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간 지성과 인공지능의 차이는 속도가 아니라 '맥락'에 있다. AI는 빠르다. 수천 개의 옵션을 순식간에 제시한다. 가야 할 경로를 알려주지만 현재 출발지와 향후 목적지를 설정하는 것, 빠른 길과 바른길 중 어느 길로 갈지를 최종 선택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최근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한 학생이 입사 인터뷰 시 부정행위를 도와주는 AI 애플리케이션(앱)인 'Cluely'를 만들어 논란이 됐다. 면접 질문에 대한 답을 즉석에서 생성해주는 부정 합격 지원 도구를 활용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기술면접을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곧이어 같은 대학 동료들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탐지 솔루션 'Truely'를 개발했다. 한쪽은 규칙을 피해 가는 편법의 길을, 다른 쪽은 규칙을 지키기 위해 감시하는 길을 만들었다.


AI의 비윤리성을 AI의 윤리성으로 제압한 위의 사건은 "AI는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방향성'은 결정하지 않는다"는 시사점을 준다. 다음 연구는 맥락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AI의 객관성을 신뢰해 긍정 피드백은 선호한 반면, 부정 피드백은 '블랙박스'에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며 불신했다. 맥락과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AI의 진격은 막을 수도, 경쟁할 수도 없고 협업해야 한다. 그럴수록 GPS 지성은 필요하다. 나는 GPT를 'Grand Productivity Tool'이라고 달리 부를 수 있다면, GPS는 'Grounded Purpose-Perspective taking-Stewardship'의 약자라고 달리 말하고 싶다. 첫째는 G, 즉 'Grounded Purpose'(뿌리 깊은 목적)이다. 길은 많아도 왜 이 길인가. 기준과 목적은 사람이 정해야 한다. 조직 미션, 고객 가치, 공동체 철학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야 한다. '속도'보다 '의미'를 우선하는 기준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P, 즉 'Perspective taking'(관점 수용)이다. AI는 데이터를 읽지만 맥락을 읽지는 못한다. 정서와 역동성을 읽어 1+1을 10으로도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인간의 몫이다. 셋째는 S, 'Stewardship'(책임 있는 관리)이다. AI는 앞에서 보았듯 빠르지만 도덕적 판단력이 없다. 리더는 데이터를 근거로 하되, 윤리와 정의의 필터를 갖춰야 한다. 사람과 기술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 지성이다. 미래, 아니 오늘 지금 당장 우리의 GPS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코칭경영원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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