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간편식 영향
"높은 실업률 탓 건강식품 구매 여력 없어"
패스트푸드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동 비만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10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인근 랜드버그에 있는 카이로스 탐구학교는 학생들의 비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점심 급식에 주로 채식 위주의 식단을 도입했다.
유엔(UN)에 따르면 전 세계 과체중·비만 청소년 수는 지난 20년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5~9세 과체중 아동도 6900만명에서 1억4700만명으로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과체중 아동 수가 저체중 아동 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 비만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카이로스 학교는 학부모들에게도 도시락에 가공식품 대신 '홀푸드'(whole foods) 위주로 담아 달라고 요청했다. 홀푸드는 가공을 최소화한 음식을 뜻한다. 마크 룬 카이로스 탐구학교장은 이번 학교의 정책은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의 중요성을 가르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아이들이 무엇을 먹는지 의식하는 학교가 많아질수록 학생들의 건강이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동 비만율 급증 원인…가공식품·패스트푸드
유니세프는 개발도상국에서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등 간편 식품이 확산한 것이 아동 비만을 키우는 주요 원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유니세프 활동가로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는 변호사 연수생 맘카벨라 므템부(23)는 어린 시절 패스트푸드를 '축하 음식'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와 함께 어려운 형편에서 자랐는데, 패스트푸드는 돈이 있을 때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때문에 패스트푸드를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인식하지 못했고, 오히려 특별한 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 시절 간편식을 자주 찾게 되면서 결국 건강 문제를 겪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비만이고 아이 때 사탕을 많이 먹어 잇몸 출혈이 생겼는데 여전히 남아 있다"며 "최근에는 호흡 곤란도 있었다"고 했다.
남아공 패스트푸드 시장 2018년 3.7조서 2026년 6.8조 성장
실제 아동 비만은 빈곤국과 중저소득 국가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다만 저소득국에서는 과체중 아동 대부분이 고칼로리 음식을 살 수 있는 부유한 가정 출신이다.
반면 중간소득국으로 분류되는 남아공에서는 사회 전반의 다양한 계층에서 폭넓게 나타나는 양상을 보인다. 더 많은 가정이 패스트푸드를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 남아공 패스트푸드 시장은 2018년 27억달러(3조7435억5000만원) 규모에서 2026년 49억달러(6조7938억5000만원)로 8년 새 83%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세프 남아공의 길버트 치타우지 영양담당 매니저는 "예전에는 개인의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 탓으로만 돌렸지만 이제는 환경적 요인이 더 크다는 걸 안다"며 "정부에 아동 대상 패스트푸드 마케팅 제한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남아공 정부는 2018년 설탕세를 도입했지만 5세 미만 아동의 비만율은 2016년 13%에서 현재 22%로 치솟았다. 치타우지는 "남아공은 식량은 충분하지만, 높은 실업률 탓에 많은 가정이 건강한 식품을 구입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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