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연 'AI와 금융투자업의 혁신' 콘퍼런스
금융투자 서비스와 관련한 인공지능(AI) 특허 출원 대부분은 기업간거래(B2B) 스타트업 등 IT 비상장사 중심이며 증권사를 비롯한 전통적 금융투자사의 비중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용 측면에서도 투자은행(IB)의 대형 인수금액, 인수합병(M&A) 등 업무 중요도가 높거나 리스크가 큰 분야일수록 AI 도입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 전반에서 AI 도입과 혁신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파일럿 프로그램 지원, 전 영역에 걸친 인프라 개선, 명확한 AI 개발 및 활용원칙을 통한 고위험 영업 도입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I와 금융투자업의 혁신' 콘퍼런스에서 '특허 분석을 통해 살펴본 금융투자 분야의 AI 활용과 시사점' 주제 발표를 통해 "AI 기술이 통계적 머신러닝에서 딥러닝을 거쳐 대규모 언어모델로 발전하면서 금융투자업 전반을 혁신하고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10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자본연 개원 28주년을 기념해 열린 'AI와 금융투자업의 혁신' 콘퍼런스에서 '특허 분석을 통해 살펴본 금융투자 분야의 AI 활용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AI 기술은 금융투자업 전 부분에 걸쳐 확산하고 있다"면서도 "AI 특허는 비상장기업 중심으로 출원되고 있다.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금융서비스에 AI 접목을 주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진영·노성호 연구위원이 금융투자 관련 AI 특허권 출원회사 분포를 살펴본 결과, 전체의 67%가 비상장 SaaS였다. 이어 비상장 플랫폼(9%), 상장 IT기업(7%) 순이었다. 상장 금융사의 특허 출원 비중은 4%에 불과했다. 출원인 분포 기준으로도 54%가 비상장회사, 24%가 개인으로 파악됐다. 그는 "전통 금융투자사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금융투자업권의 AI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금융투자사들로선 제3자 위험 관리 필요성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내용 측면에서는 기업 신용평가부터 이상거래 탐지, 챗봇 서비스까지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가 수행하는 대부분의 업무 영역에서 AI 특허가 출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투자자문과 증권업 자산관리 분야에서 특허 건수가 가장 많았다. 위탁 매매와 증권형 공모펀드 운용도 상위권에 속하는 반면, PEF나 부동산 및 인프라 펀드 관련 특허는 상대적으로 소수로 집계됐다.
김 연구원은 "AI 적용 가능성은 사업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면서 "증권업의 자산관리와 자문업의 경우 밸류체인 전 단계에서 AI 활용 가능성이 높은 반면, 다른 사업은 일부 단계에서 단기적 도입이 어려운 영역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증권사 IB 부문은 기업 분석·가치평가 단계에서는 관련 특허가 다수 확인돼 AI 활용 가능성이 높으나, 딜 소싱이나 인수주선·발행 단계에서는 특허가 매우 적어 활용 가능성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AI 활용 격차가 나타나는 배경으로는 ▲업무 특성(정형화 정도) 외에도 ▲데이터 접근성 ▲고위험 업무에서의 AI 도입 리스크를 꼽았다. 김 연구원은 "업무 프로세스가 표준화돼 있고 학습할 데이터가 풍부한 영역일수록 AI 도입이 활발한 경향이 있다"면서 "M&A와 같이 규모가 크고 법적 리스크가 높은 업무의 경우, AI의 오류가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활용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고위험 업무의 경우 한 번의 실수나 오판이 막대한 금전적 손실 또는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해외 AI 활용 사례도 주목했다. 해외 금융투자업의 AI 활용도를 ▲안정적 도입 ▲도입 초기 ▲활용도 낮음 등 3단계로 나눠 진단한 결과, 내부 문서 처리 및 코드 작성 자동화, 시장감시, 투자리서치, 로보어드바이저 등의 경우 이미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알고리즘 거래 및 HFT 효율 제고, 챗봇을 활용한 투자자 소통, 전사적 LLM 기반 업무 지원 등도 도입 초기 단계였다. 다만 완전 자율형거래, 투자자문, 대안적 신용위험 등은 활용도가 낮았다.
김 연구원은 "생성형 AI에 기반한 전사적인 업무 지원 등의 경우 사례가 보고되나 비교적 초기 도입 단계로 평가된다"면서 "업무별 AI 활용도 차이는 기술의 성능과 안정성 등 전반적인 성숙도, 개발 비용 대비 기대 효과의 격차, 가용한 연산 자원의 한계 등에 의해 결정된다"고 평가했다.
향후 금융투자업의 AI 도입과 혁신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AI 도입을 효과적으로 검증하는 등 실험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데이터 수입, 처리에서부터 보안, 거버넌스 등까지 전 영역에 걸친 인프라 개선이 중요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활용도가 특히 낮은 고위험 업무와 관련해서도 "AI 개발·활용 원칙을 통해 책임소재 등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면서 "고위험 영역의 AI 도입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투자의 미래: 트랜스포머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한 권민경 자본연 연구위원은 최근 AI 기술 발전의 핵심인 '트랜스포머' 아키텍처가 투자 패러다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활용한 두 가지 새로운 투자 접근법인 'LLM 에이전트 모델'과 '금융 특화 모델'을 비교했다. 이를 통해 미래 투자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전망하고, 금융회사가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핵심 자산인 '데이터' 확보에 주력하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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