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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경의 창] AI 시대의 기본 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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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챗GPT로 취업용 이력서를 쓴다. 기업 인사팀은 이력서 검토를 위해 인공지능(AI)을 돌린다. 그리고, 아무도 채용되지 않았다."


현재 미국 취업 시장 상황을 담은 디애틀랜틱(The Atlantic)의 8일(현지시간) 자 기사다. 짧은 제목은 현 상황을 이렇게 정의한다. '취업 시장은 지옥이다(The Job Market Is Hell).'

AI가 초래할 노동 시장의 암울한 미래에 대해선 경고가 여러 번 나온 바 있다. 청년들에겐 미래가 아니라 지금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고객 서비스와 회계, 소프트웨어 개발 등 직종에서 22~25세 고용이 2022년 이후 13% 줄었다. 사회 초년생들의 고용은 확연히 줄어든 반면 고연령층에서는 고용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었다.


면접 단계는커녕 실무 전형까지 갈 기회조차 너무 적다. 이력서를 최대한 많이 써서 제출해 봐야 한다. 이력서 수백 통을 쓰자니 AI의 도움을 빌리지 않기란 쉽지 않다. 이력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시중에 넘쳐나는 이력서들은 바늘구멍 같은 채용 창구로 향한다. 인사팀은 예전에 비해 터무니없이 늘어난 이력서 더미에 난감해진다. AI로 원서를 마구 걸러내고야 만다. 청년 구직자가 거절과 탈락의 경험이 없던 시절이 있었겠느냐마는 AI 시대엔 그게 기본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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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통한 생산성 혁명에 대한 과도한 기대, 오해의 영향도 적지 않다. 고용주는 AI를 사회 초년생의 대체재로도 보고 있다. 사회 초년생은 단순 반복적 업무, 그러나 기본적이고 정론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나간다. AI 역시 임기응변보다는 원론적인 상황 정의, 문제 해결에 강점이 있다. 사회 초년생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겹치는 부분이다. 고용주 입장에선 초보자를 월급 줘가며 가르치기보다는 적당히 결과물을 뽑아내는 AI를 쓰겠다는 동기가 발생한다.

현실은 다르다. 비영리 AI 연구기관 미터(METR)는 AI 기반 코딩 툴을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AI 덕분에 생산성이 20% 올랐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AI를 쓰지 않을 때보다 작업시간이 오히려 19% 늘었다. 일상에서 수시로 AI를 활용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내용이다. AI가 몇초 만에 뚝딱 말쑥한 기획안을 만들어냈구나 했더니, 이내 명백한 작은 허위가 눈에 띄고야 만다. 결국 문서 전체를 하나하나 팩트체크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기획안을 직접 쓴다. 어느 쪽이든 결국 더 많은 시간을 버리게 된 셈이다.


AI는 인력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도 있고, 아니면 착시와 비효율을 초래해 조직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도 있다.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확실한 것은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며 오늘의 신기술은 내일 구식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변할 땐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가 더 커진다. 실리콘밸리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자녀 교육법은 힌트를 담고 있다. 이들 중 지식의 암기, 특정 기술의 습득을 강조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들 교육법의 공통점은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해결하려는 태도, 그 자체였다. 즉 배움에 열린 태도, 그리고 비판적 사고. AI 시대의 기본 스펙이다.





김동표 전략기획팀장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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