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집세 속 헬스장에서 '안정감' 찾아
술·외식 대신 건강과 웰빙에 지갑 열어
업계, 복합 생활공간으로 투자 확대
영국의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사이에서 '고급 헬스장' 이용이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열악한 주거 환경과 높은 집세 속에서 헬스장이 사실상 '제2의 집'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런던 청년들이 연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헬스장 회비를 지불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25세 미만 성인의 27%는 헬스장 멤버십을 필수 지출로 꼽았다. 18~24세의 18%는 사교 활동보다 피트니스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으며 16%는 술집이나 레스토랑에 가는 것보다 피트니스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월세보다 비싼 럭셔리 회원권
영국의 이른바 '럭셔리 헬스장'의 가격대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츠클럽의 하이엔드 메디컬 리조트 '란저호프'의 연회비는 최소 6500파운드(약 1235만원), 벨그라비아의 '서렌'의 연회비는 1만 파운드(약 1900만원)에 별도 가입비 5000파운드(약 950만원)까지 내야 한다. 이는 런던의 평균 월세인 1500~2000파운드(280만∼380만원)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집보다 나은 '쉼터'가 된 헬스장
그럼에도 청년들은 헬스장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마케팅 업계 종사자 오웬 윌리스(25)는 런던 메이페어의 한 헬스장에서 매주 22시간을 보내며 연간 3348파운드(약 630만원) 회비를 지불한다.
그가 이용하는 헬스장에는 수영장, 사우나, 필라테스, 명상룸, 마사지 서비스까지 갖춰져 있다. 윌리스는 "쥐가 들끓고 샤워실 두 개를 여섯 명이 함께 쓰는 집보다, 고급 어메니티가 준비된 헬스장이 훨씬 쾌적하다"며 "세면도구나 드라이클리닝까지 제공돼 생활비도 절약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운동을 넘어선 '정신적 만족'
청년들이 헬스장에 지갑을 여는 이유는 단순히 운동 때문만이 아니다. 마케팅 매니저 니슈카 파레크(26)는 "친구들과 술집에 가기 전 PT 수업을 받기도 한다"며 "운동이 새로운 사교 활동이 됐다"고 말했다.
니이 아킨세예(28)는 매달 순수입의 10%가량을 피트니스에 쓰면서도 럭셔리 헬스장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을 덜어준다고 전했다. 그는 "몸을 만드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를 확인하는 일, 그리고 헬스장 회원권에서 얻는 안정감이 만족감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피트니스를 "치료의 한 형태"라고 표현했다.
복합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진화
업계는 이러한 수요를 기회로 삼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영국 대형 헬스장 체인 '데이비드 로이드 클럽'은 올해 초 5억 파운드(약 9385억원)를 투자해 각 지점에 공유 오피스와 스파를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헬스장을 일·휴식·여가가 모두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체인 '서드 스페이스' 역시 카페, 웰니스 센터, 업무 공간까지 갖추며 '호텔형 헬스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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