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감 속 사태 추이 주시
"그동안 누적돼 왔던 문제 터져"
비자발급시 배터리3사 도움 못받아
"정부가 나서 비자 문제 해결해야"
"출장 이틀 전에 ESTA(미국전자여행허가)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장 내달 미국서 전시회가 있는데 ESTA가 취소될까 조마조마합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이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국내 배터리 협력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협력사 관계사들은 "그동안 누적돼 왔던 문제가 터졌다"며 "결국 정부가 나서서 비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기 전까지 미국 내 공장 건설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에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된 인원 중 상당수는 LG에너지솔루션의 협력사 직원들로 파악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 소속 인원은 47명이며 HL-GA 배터리회사 관련 설비 협력사 소속 인원은 250여명으로 대부분이 한국인"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생산 공장은 우선 외관 공사 후 실제 배터리 생산을 위한 공정 설비를 설치하는 과정을 거친다. HL-GA 배터리 공장의 생산 설비는 대부분 한국 중소·중견 기업들의 장비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한국 공장에서 사용했던 생산 공장을 미국 공장에 그대로 이식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HL-GA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 관계였던 국내 배터리 장비 협력사 직원들이 대거 파견돼 설치 업무를 돕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체포·구금된 직원들 상당수가 이들 협력사 직원들이었던 이유다.
배터리 장비 업계 관계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지면서 협력사 직원들은 상용비자(B1/B2)는 물론이고 ESTA조차도 받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한 배터리 장비 업체 임원은 "협력사들은 배터리 3사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알아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했다"며 "2차, 3차 협력사들은 ESTA 받기도 어려웠다"고 밝혔다.
한 배터리 장비 업체 대표는 "미국 투자자 비자(E2)를 신청하기 위해 변호사까지 고용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이번에 직원 2명이 ESTA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지 얼마 안 돼 불법 체류자로 체포됐다"고 말했다.
배터리 기업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지면서 기업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장비 업계 관계자는 "당장 내년 초에 미국 공장에 납품할 제품이 있는데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고 이번 기회에 정부가 비자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장비 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마치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인식되는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또 감금된 직원들이 귀국하더라도 당분간은 미국 생산 시설 건설 업무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 장비 업체 임원은 "합법적으로 B1/B2 비자를 받은 사람까지도 체포됐다"며 "사실상 추방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미국에 직원을 보낼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잘나가는 '한국산' 싹 베껴 팔아버리네…'11조 피해' 중국 브로커들에 다 뺏긴다[짝퉁의 공습]⑤](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93/2025090314345718014_1756877696.jp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