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대·유점사 공동 조사 재개 추진
DMZ 세계유산 공동 등재도 검토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북한을 초청하겠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취임 첫 기자 간담회에서 내놓은 메시지다. 8일 서울 덕수궁 석조전에서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남북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중재해 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11월 말 유네스코 총회에서 이 사안을 논의하겠다"고 예고했다.
남북이 손잡을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는 비무장지대(DMZ)를 가리켰다. 그는 "DMZ는 역사와 문화, 자연이 공존하는 곳"이라며 "남북이 공동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한다면 세계인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유산위원회는 부산에서 열리더라도 DMZ 현장에서 '평화선언'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남북 문화유산 교류 재개는 이날 국가유산청이 발표한 중점 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2018년 이후 중단된 고려 궁궐터인 개성 만월대 공동 조사 등이 우선 과제로 명시됐다. 남북은 2007년 첫 발굴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여덟 차례 공동 작업을 벌여 전체 구역의 절반 이상을 확인했다. 금속활자와 도자, 기와 등 유물 1만7000여 점을 수습했다. 그러나 관계가 경색되면서 조사와 실무 협의는 모두 멈춘 상태다.
이번 발표는 '여건이 마련되면 재개한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교착 상태의 교류를 다시 움직이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허 청장은 북한이 올해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금강산'의 주요 사찰 가운데 하나인 유점사도 협력 대상으로 거론됐다. 과거 남북은 이 사찰을 복원하는 데 합의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구체적 실행 방안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만월대 조사와 유점사 복원은 모두 정치·외교 상황에 크게 좌우되며, 관계 부처와 민간단체의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 실제 재개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허 청장은 "최근 한국을 찾은 테레사 파트리치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위원장, 아루나 프란체스카 마리아 구즈랄 국제문화유산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 사무총장 등 유네스코 주요 자문기구에도 남북 교류의 뜻을 전한 만큼 유네스코 총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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