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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맥]'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성공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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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일자리 갖춰져야 선순환 가능
대학 간 협력, 투자 확대 등 과제

이기정 한양대 총장

이기정 한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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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위기 신호는 이미 오래전부터 켜져 있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2040년이면 대학 신입생 수가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청년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머무르기를 원하고, 지방 대학의 40% 이상은 정원을 채우지 못해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여러 고등교육 정책들은 안타깝게도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를 더 벌려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단순히 몇몇 대학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 경쟁력을 지키고,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전략적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 정책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과 지역 정주 생태계다. 아무리 좋은 대학이 지역에 있어도 졸업 후 마땅한 일자리와 경력 경로가 없다면 학생은 수도권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역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자리 잡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학생은 대학을 선택하고, 졸업 후에도 지역에 머물며, 대학과 기업은 함께 성장한다. 기업이 있어야 인재가 모이고, 인재가 있어야 대학이 크고, 대학과 기업이 함께해야 지역 혁신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대학 간 공생과 공유다. 지금처럼 각 대학이 고립된 경쟁 구도에 머문다면 성과는 제한적이다. 거점 국립대는 초격차 학문과 글로벌연구를, 수도권 대학은 첨단 연구 역량과 국제 네트워크를, 지역 대학은 현장 맞춤형 인재 양성을 맡는 식의 역할 분담과 협력이 필요하다. 연구 인프라와 교수진, 교육과정을 공유할 때 기업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고, 지역 혁신도 촉진된다.


물론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대학이 지역 특화 산업과 연결되어야 하고, 청년이 머무를 수 있도록 인턴십과 취업 인센티브, 주거·세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정 대학에만 자원이 몰리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컨소시엄과 공동연구소, 교류 제도를 의무화할 필요도 있다. 평가 방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 논문 수나 대학 순위가 아니라 졸업생 정착률, 창업 성과, 지역 기업 협력과 같은 지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재정 지원도 핵심이다. 지금처럼 칸막이식 예산으로는 대학의 전략적 자율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블록 펀딩 방식으로 전환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제도화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우리의 고등교육 투자는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성공한다면 지역 대학의 인프라 확충과 산업단지 고도화, 청년 정주율 상승,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그리고 전략 산업 인재 공급의 원활화라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이 정책은 특정 대학을 키우는 사업이 아니다. 독자 생존의 패러다임을 넘어 공생과 공유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 산업과 교육을 동시에 혁신하는 국가 성장 전략이다. 기업과 지역, 대학이 함께 숨 쉬고 살아야만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성공할 수 있다.


이기정 한양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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