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극한기상이 인플레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물가상승 압박, 최소 2년 간 지속
강수충격도 1년간 물가 0.03%P 끌어올려
"기후적응 투자 확대하고 모니터링 강화해야"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1도만 올라가도 소비자물가가 1년간 0.06%포인트 가까이 오르고, 물가상승 압력이 2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같은 극한기상 현상이 지속되면 2050년 이후부터는 그 충격이 장기간 큰 폭으로 구조화될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은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기상충격 모니터링을 강화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8일 한은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극한기상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월중 하루 최고기온이 평년(과거 30년 월별 평균 기온)보다 1도 오르는 고온충격 시 물가상승 압력은 24개월 이상 지속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개월간 0.057%포인트, 1년간 0.055%포인트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중 하루 최다 강수량이 과거 평균 강수량보다 10㎜ 많은 강수충격은 물가상승 압력이 15개월간 유지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간 0.039%포인트, 1년간 0.033%포인트 확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연정인 한은 지속가능성장실 과장은 "흥미로운 것은 고온충격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이라며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이상고온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에 일시적인 교란을 일으킬 뿐 아니라 고온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소비자의 수요패턴 변화, 생산자의 가격조정 등 경로를 통해 물가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상충격은 강도가 커질수록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급격히 증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일반고온 상태에서는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년간 평균 0.043%포인트 끌어올렸다. 반면 극한고온(월병 평균 기온과 하루 최고기온 격차가 역대 상위 5% 이상인 경우) 상태에서는 0.11%포인트를 밀어 올려 물가상승 압력이 2.5배 이상 증폭됐다. 우리나라의 극한고온이 평년 대비 4.9도 오른 점을 감안하면 실제 물가상승 압력은 0.56%포인트 수준인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강수충격의 경우에도 상위 5% 이상의 극한강수 구간에서 단위당 강수충격(10㎜ 증가) 발생이 1년간 물가상승률을 평균 0.054%포인트 확대시킨 반면, 일반강수 구간에서는 0.024%포인트 확대시키는데 그쳤다. 연 과장은 "일정 수준 이상의 극단적인 기상 충격이 발생할 때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양적 질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기상충격의 비선형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기상충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과소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상청의 기후전망을 반영해 미래 물가상승률 변화를 추정해 보면, 기상충격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은 지속해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후대응 노력이 축소 또는 지연돼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 경우 2051~2100년경 고온충격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0.73~0.97%포인트)이 현재(0.32~0.51%포인트)보다 2배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강수충격의 경우에도 물가상승 압력이 2076~2010년에는 지금의 1.5배 수준인 0.47~0.71%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연 과장은 "향후 기후변화 가속화로 인해 극한기상 현상이 심각해지면 기상충격의 물가영향이 중장기 물가안정에 상당한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기상충격이 각 상품·서비스의 수요 공급 체계에 파급되는 경로와 시차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농축수산업 등 기후 취약 부문의 생산성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재난 대응 인프라 등 기후 적응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험·금융 관련 안전장치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극한기상 현상이 일상화되는 상황에 대비해 중장기적 시계에서 실물·금융경제, 통화정책 운용 여건 등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정책 마련을 위한 연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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