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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에 기재부 분리…우려되는 재경부-예산처 경쟁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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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에 기재부 분리…우려되는 재경부-예산처 경쟁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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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정정책을 총괄해 온 기획재정부가 내년 1월2일 자로 18년 만에 분리된다. 정부는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 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두 조직이 분리되면서 정책 역량을 두고 부처 간 경쟁이 벌어지면서 정부 내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개편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인 1999~2008년 운영됐던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금감위’ 체제가 사실상 부활한다. 행정안전부는 7일 “과도하게 집중된 기재부 권한을 분산하고, 기후 위기·인공지능(AI) 대전환 등 복합 과제를 다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재정경제부는 경제정책 총괄·조정과 세제, 국고, 금융, 공공기관 관리 기능을 담당하며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임한다. 금융위가 맡아온 국내 금융정책도 재정경제부로 이관돼 국제 금융과 일원화된다. 기획예산처는 국무총리 소속 장관급 기관으로 신설돼 예산 편성과 재정정책·관리,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총괄한다.


이번 개편은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재경부와 예산처를 통합해 기재부를 출범시킨 지 18년 만이다.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과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원보이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명분이 앞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재부가 모든 부처 위에 군림한다"는 비판이 커졌고, 예산권의 독점이 정책 다양성과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실제로는 두 부처가 정책 기획 역할을 두고 경쟁하면서 오히려 정책 추진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큰 변화는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 재정 정책 및 재정관리 기능과 함께 대규모 재정이 수반되는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못 박은 점이다. 특히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과거 경제기획원이 부총리 부처로서 담당했던 역할인데, 부총리 부처인 재정경제부가 아닌 기획예산처가 맡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재부 내부에서는 부처가 분리되면서 두 부처가 정책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는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예산처에서도 ‘비전 2030’과 같은 강력하게 히트한 정책들이 나왔다"며 "이번 개편은 사실상 두 부처 간 (정책을 둘러싼) 경쟁을 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10여년 간 한솥밥을 먹은 만큼 당장은 조직이 개편돼도 협조가 이뤄지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협력이) 쉽지 않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예산처에서는 관료들이 스스로 '기획처'라고 부르기도 하면서, 두 부처가 모두 자기 부처의 '기획' 역량을 강조했다"며 "지금의 예산실 또한 예산을 통한 정책 역량을 어느 정도 흡수하고 있고 그것을 강조하는 만큼, 조직이 완전히 분리되면 정책 주도권을 놓고 두 부처 간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산권이 없는 재정경제부의 정책 역량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다른 부처와의 조율 설득, 협의를 통해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조정하는 정책 기능에서 예산 기능이 타 부처로 분리되면 추진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사령탑인 부총리의 힘이 빠지면서 경제관계장관회의, 대외경제장관회의 등 부총리가 주재하는 각종 회의체도 원활하게 운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재부의 관계자는 "조직 개편이 발표되기 전부터, 정책 라인이 다른 부처를 설득할 수 있는 카드가 사라지면서 업무 효율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7월 발간한 '경제부처 조직개편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재경부-예산처 체제에서는 예산권이 뒷받침되지 않은 재경부의 정책 조정력이 약화했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재정경제부와 예산 편성권을 쥔 기획예산처가 부딪칠 경우 중재가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장 중심의 정책 라인과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예산 라인이 같은 기재부 안에서도 종종 충돌해 왔는데, 그때마다 부총리가 최종 조정자로 나서 균형을 잡아 왔다. 그런데 두 부처로 분리되면 이 역할을 맡을 구심점이 사라져, 정책 방향을 둘러싼 미묘한 기 싸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조직 개편이 발표되면서 기재부에서는 어떤 부처가 예산처로 이동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담당하는 미래전략국이나 경제구조개혁국이 대상이지만, 각각의 국 내에서도 어떤 과나 팀이 예산처로 이동할지는 예측만 무성한 상황이다. 예컨대 인력정책과나 인구경제과의 경우 중장기 발전전략을 짜는 부서로 보고 예산처의 이동 대상이 될지, 재정경제부의 소속 대상이 될지 모호하다. 두 국 외에도 장기 재정전망을 담당하고 있는 재정관리국 또한 예산처 이동 대상이 될지 미지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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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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