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구석구석을 스스로 돌아다니며 청소하는 로봇, 식당에서 손님에게 음식을 서빙하는 로봇을 보는 건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가히 인공지능(AI) 전성시대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으나 우리의 경제 여건은 녹록지 않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한국이 맞닥뜨릴 가까운 미래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잠깐 과거를 돌이켜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1993년 팀 버너스리가 웹브라우저를 발표하면서 인터넷 경제 시대가 열렸다. 미국은 정보고속도로 구축을 선언했다. 한국도 발 빠르게 초고속망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실행할 정보통신부를 설치하며 시대 변화에 올라탔다. 그 결과 인터넷 경제 시대가 열렸고 지난 30년간 경제성장의 40%가 ICT 부문으로부터 나오게 됐다. 경제성장의 핵심이 되었던 총요소생산성(TFP)의 40%가 ICT 효과로 나타났는데, 더 똑똑한 자본투자와 노동력 투입을 가능케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되살려 보자. AI 시대에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높일지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우선 노동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 저출산으로 노동투입은 정체되지만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무직이나 영업, 생산직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자격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재직자는 리스킬링(Reskilling·새로운 경력으로 전환)하고 취준생은 업스킬링(Upskilling·기존 경력의 고도화)할 수 있도록 교육 바우처를 대폭 지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용보험이나 세액공제를 통해 기업들이 스스로 리스킬링에 뛰어들도록 유인해야 한다. 아울러 기준이 되는 직무별 AI 역량표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질 경우 연 0.2~0.4%포인트의 성장률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AI를 활용해 자본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기업들이 AI를 더욱 효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AI 바우처와 세액공제가 확대돼야 한다. 기업별 소형언어모델(sLLM) 개발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축이 원활하도록 기술과 인력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시너지를 위해 산업단지별이나 밸류체인별로 AI 도입을 지원해야 하며 데이터 표준화도 가속화해야 한다. 제조, 물류, 의료, 에너지, 건설, 안전 등 주요 분야별로 AI 도입을 모델화하고 특히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같은 분야의 경우 AI를 활용한 구조조정이 고려돼야 한다. 스타트업과 산업금융의 역할도 중요하다.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과학기술공제 같은 다양한 연기금들의 활용도 요구된다. 이러한 노력으로 0.4~0.6%포인트의 추가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혁신이다. AI 도입과 함께 혁신경영을 해야 하는데, 최고 AI 책임관 제도가 확산돼야 한다. ISO 56000 혁신경영표준이 보급될 경우 AI 도입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아직 AI 경영이 초기이므로 방법론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연구가 요청된다. AI 혁신 제품이 공공조달 시 우대될 필요가 있다. AI 안전성에 대한 검증시스템을 구축해 리스크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렇게 할 경우 0.5~0.8%포인트 추가 성장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 경제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의 노력이 합쳐진다면 0%대 성장률도 3%대로 충분히 끌어 올릴 수 있다. 비록 AI는 늦었지만 AI전환(AX)은 앞서갈 수 있으며 30년 전 인터넷 흐름에 올라탔듯이 AI도 새로운 도약의 지렛대가 될 것이다.
강성주 세종대 초빙교수 (전 우정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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