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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일단 하라'는 中, '왜?'냐고 묻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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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실패할 용기가 필요하다

[기자수첩]'일단 하라'는 中, '왜?'냐고 묻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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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상가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삼성과 LG 매장이 크게 있었는데, 지금은 화웨이 같은 업체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지난달 세계 최대 전자 부품 상가인 중국 선전 화창베이 부품 상가에서 만난 한 한인 업체 관계자는 전자업계의 변화를 여실히 체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레거시 메모리, 모터·감속기 등 부품을 파는 이곳에서 과거 한국 제품의 위상은 높았다. 그러나 '짝퉁'으로만 여겨지던 중국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며 부품과 완제품 매장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 선전 시내 대형 쇼핑몰에도 화웨이, DJI, 비보 등 중국 전자기기 매장들로 채워져 있었다.

한국의 성장세가 둔화된 근본 이유는 위험을 꺼리는 분위기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 산업인 휴머노이드 로봇을 둘러싼 양국의 태도 차가 분명했다. 한국은 정부, 대기업, 투자업계 모두 미래 가능성보다 당장의 수익성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짙다. 새로운 제안서가 올라오면 "당장 실현할 수 있는가" "투자 대비 효용은 얼마나 나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쏟아진다는 게 현장의 일관된 증언이다.


중국의 기술 굴기는 거의 전 산업으로 확산 중이다. 2015년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주도로 제조업의 고도화·첨단화를 내건 '중국제조 2025'가 발표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기술베끼기 같은 국제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 결실을 맺기까지 중국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짝퉁'의 오명 속에서도 기초연구와 토대 구축을 꾸준히 이어왔다.


우리 산업계도 실패를 감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중국의 산업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많이 도전하고, 많이 실패할 수 있었던 사회 분위기'라고 밝혔다. 아직 부족한 기술이라도 현장에 적극 도입해 실패와 개선을 거듭하며 실증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정부가 연구개발(R&D) 지원과 시범구매, 협업 지원 등으로 초기 시장을 열어주고, 대기업이 이를 현장에서 과감히 받아들이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데이터가 곧 경쟁력인 인공지능(AI) 시대를 좌우할 요소다.

한국 사회는 위기를 결단으로 돌파해 왔다. 1980년대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사내 반대를 무릅쓰고 D램에 과감히 베팅해 오늘의 메모리 1위를 만들었다. 1970년대 세계 최대 해운사로부터 유조선 수주에 도전했던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결단도 그렇다. 언제까지 업황·관세 같은 외부 변수 탓만 할 수는 없다. 더 과감히, 확실히 투자해야 한다. 한국이 다시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실마리를 화창베이에서 엿볼 수 있었다.





선전(중국)=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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