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8월28일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경제성장률이 각각 0%, 0.5%에 불과해 잠재성장률인 2% 내외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임에도 금통위는 금리 인하를 선택하지 않았다. 한은 총재는 그 배경을 주택가격 불안정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한국은행법이 규정한 통화정책 목표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은법은 제1조 1항에서 물가안정을, 2012년에 추가된 2항에서 금융안정을, 제4조에서 정부 경제정책과의 조화를 각각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주로 경기안정을 목표로 삼는 점을 고려하면, 통화정책은 본질적으로 물가안정·경기안정·금융안정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 그러나 단일한 정책수단인 금리만으로 이 세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는 본질적으로 어렵다. 특히 공급 충격이나 대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목표 간 상충이 불가피하다. 이번 결정도 그러한 딜레마 속에서 내려진 것이다.
물가 측면에서 보면, 2024년 하반기 이후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근원인플레이션율은 2% 수준으로 목표치와 부합한다. 향후 관세나 환율 변수는 남아 있지만, 현 단계에서 물가는 금리 결정의 주요 요인은 아니다. 반대로 경기 상황은 심각하다.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돌고 있으며,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경기 부양 차원에서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금통위가 인하 대신 동결을 택한 것은 금융안정 때문이다. 금융안정은 2008년 금융위기 경험을 계기로 정책 목표로 제도화됐으며, 이를 중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금융안정은 가계와 기업의 부채 건전성, 금융시장의 원활한 작동 등 금융시스템 전반의 건전성 유지라는 포괄적 개념이며 구체적인 지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원인이 되는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금융안정이 '주택가격 안정'으로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가계부채 누적,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부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는 분명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금융안정을 단순히 '주택가격 안정'으로 치환하는 것은 본래 취지를 왜곡할 수 있다.
예컨대 건설경기 침체와 PF 연체율 상승은 오히려 금리 인하 논거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다. 또한 주택가격 문제는 금리보다 세제, 금융규제, 공급 정책 등 다른 수단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은 이미 경험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수도권 일부의 주택가격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만 지방의 주택시장은 미분양 적체로 침체가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안정이라는 목표를 일정 부분 희생하면서 금융안정을 앞세운 것이 과연 최선이었는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만약 이번 동결 배경이, 인하할 경우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환율 불안 우려였다면 오히려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금통위 결정은 통화정책이 물가·경기·금융안정이라는 복수 목표 간 균형을 모색하는 정교한 과정임을 다시 보여준다. 금융안정은 통화정책의 핵심 목표임에 틀림없지만, 이를 주택가격과 동일시해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성장률 둔화가 뚜렷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 역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었다. 앞으로 한국은행은 특정 목표에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고, 세 목표에 합리적 가중치를 부여하며 균형 잡힌 통화정책 운용을 이어가는 것이 요구된다.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금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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