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로봇 경계 허물고…휴머노이드 대거 등장
中 기업들 로봇 공개 많았지만 실효성은 물음표
'볼리' 출시 늦어지는 삼성…"빠르게 보완할 것"
독일 베를린에서 5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IFA) 2025'에선 조만간 로봇을 가정에서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읽혔다. 귀여운 반려로봇부터 인간의 형태를 갖춘 휴머노이드까지 다양한 기기들이 등장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로봇 간 경계가 희미해진 결과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여러 로봇을 앞세워 기술력을 뽐내는 데 주력했지만, 일부 제품들은 능동적인 상호작용보다 단순한 작동에 그치는 등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가전의 영역은 안정성과 디테일이 중시되는 만큼 업계에선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거란 지적도 나온다.
가전의 영역으로 들어온 로봇…IFA 무대 장악
중국의 로봇기업 부스터로보틱스는 최근 출시한 휴머노이드 2종을 선보였다. 1.2m 크기의 '부스터 T1'은 개발자 중심의 2차 개발을 지원하며 충돌·낙하 등에 저항하는 강한 내구성을 갖췄다. 특히 올해 세계로봇축구대회 '로보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전 세계에 수백 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작은 0.9m짜리 '부스터 K1'은 휴대성과 강력한 컴퓨팅 성능, 다양한 센서 구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로봇을 직접 밀쳐보는 테스트도 가능했는데, K1 로봇의 상체 부분을 손으로 밀자 발을 뒤로 구르며 중심을 잡았다. 가격은 T1 3만달러(약 4200만원), K1 1만3000달러(약 1800만원)다.
IFA 현장에서도 지난 6일(현지시간) '미니 게임' 형식의 로보컵 대회가 열렸다. K1 로봇은 느리지만 정확히 공을 발로 차면서 골대로 향했다. 사람이 막아서거나 공을 빼앗으면 공이 흘러간 방향으로 알아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스터로보틱스 관계자는 "한국의 서울대를 비롯해 다양한 학계·기업 등과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르면 연내 사람 규격의 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뉴라로보틱스는 올해 1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CES 2025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화제를 일으켰던 3세대 휴머노이드 '4NE1(포애니원)'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휠(바퀴) 기반의 '4NE1 휠'을 새로 공개했는데 이동 효율성과 안전성, 에너지 최적화 등을 강조한 버전이다. 뉴라로보틱스 관계자는 "병원이나 식당, 요양시설까지 속도와 안정성이 중요한 환경에 적합하다"고 했다.
중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유니트리도 인간형 'G1'과 개 형상의 'Go2'를 선보였다. 가성비 전략을 강조하기 위해 부스에 '1만6000달러부터'라는 문구를 달아두기도 했다. 유니트리 관계자는 "로봇개 Go2의 가격은 2200유로"라고 했다. 한화 358만원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이다.
중국의 또 다른 로봇 스타트업 매직랩은 교육·엔터테인먼트 기능에 특화된 로봇개를 선보였다.
너무 성급했나…엉성한 모습 노출한 中 기업들
중국 가전기업 하이센스 역시 전시관에 '하이봇'을 앞세워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한국 기업들과 경합 중인 'RGB 미니 LED TV' 출시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빨강·초록·파랑 등 색상을 입힌 하이봇이 춤을 추며 로봇쇼를 펼쳤고, 직원들과 전시관 곳곳을 함께 걸어 다녔다. 지난 5일 IFA 2025 개막 첫날 데니스 리 하이센스 비주얼테크놀로지 사장이 연설하던 미디어 콘퍼런스 무대 위에 등장하기도 했다.
하이센스라는 기업이 차세대 기술력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로봇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실제 성능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당시 무대에선 하이봇과 TV 신제품에 대한 질문을 주고받는 '대화'를 연출했는데, 능동적인 답을 생성하기보다는 자료에 담긴 정보를 재생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휴머노이드의 핵심인 자연스러운 센싱·작동 측면에서도 엉성한 모습이 보였다. 부스에서 춤을 출 때 응원 도구를 떨어뜨렸지만, 직원이 급하게 나와 손에 쥐여줄 때까지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중국 하이센스가 공개한 '하이봇'이 TV 신제품 출시를 홍보하는 로봇쇼를 펼쳤지만 응원도구를 떨어뜨리거나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엉성한 모습을 보였다. 장희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보안에 대한 우려도 읽혔다. 중국 TCL은 반려로봇 에이미(AiME)를 선보였는데, 인형처럼 귀여운 외모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사람을 향해 졸졸 이동할 때마다 곳곳에서 아이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TCL 관계자는 "에이미는 돌봄 기능이 핵심 기능 중 하나인 만큼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도록 디자인됐다"며 "AI 기반으로 구현돼 있어 아이들과 대화하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보호 등에 민감한 유럽 고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아이들은 에이미의 귀여운 모습에 시선을 사로잡혔지만, 부모들은 보안을 걱정했다. 예컨대 객체 인식이나 비디오 녹화를 위해 달린 카메라를 통해 아이 또는 집안의 영상과 음성이 수집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2017년 인터넷 연결형 인형을 '불법 감청장치'로 규정해 판매를 금지했을 만큼 유럽에선 보안 문제가 민감한 사안이다.
삼성, '볼리' 보완 중…"가전은 결국 디테일"
중국 TCL의 반려로봇 에이미(AiME)는 IFA 2025 현장에서 어린 아이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보안 문제에 있어서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장희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기술적 진보를 빠르게 선보이느냐, 안정적인 성능을 확보한 뒤 시장에 내놓느냐에 대해서는 현지 언론의 반응도 엇갈렸다. 독일 유력 지역지 '베를리너 자이툰'을 비롯한 신문들은 "중국의 AI 기술과 로봇이 IFA 전시회를 압도했지만, 유럽은 뒤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호주 9뉴스 등 매체들은 "로봇이 집안의 영상·음성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 강력한 보안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
가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홈' 솔루션에 집중했을 뿐 로봇 관련 제품은 선보이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당초 공간 자율주행형 AI 홈 로봇 '볼리'의 연내 출시를 노렸지만, 기한 없이 늦어지고 있다. LG전자 역시 2018년 처음 선보인 '클로이' 시리즈를 앞세워 호텔·식당 등에서 로봇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지만, 아직 가정용 로봇을 선보이기까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기술 측면에선 발전이 굉장히 빠른 게 사실"이라면서도 "가전은 편의성과 안정성이 핵심인 만큼 디테일이 중요한데, 아직 개선할 점이 많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VD사업부장(사장)은 간담회에서 볼리 관련 질문에 "필드 테스트 진행 과정에서 발견된 여러 문제점으로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며 "빠르게 극복해 출시 시기를 다시 밝히겠다"고 말했다.
베를린(독일)=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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