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박시헌, 서울 올림픽 상대 선수 만나
“내가 잘못된 걸 안다”…35년 만에 돌려줘
1988 서울 올림픽 복싱 남자 라이트 미들급 금메달리스트 박시헌(59·서귀포시청 복싱 감독)이 올림픽 결승 상대였던 미국의 로이 존스 주니어(56)를 35년 만에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존스 주니어가 4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시헌과 만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고 6일 보도했다.
영상에서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에 살고 있는 존스 주니어를 직접 찾은 박시헌은 그와 반갑게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박시헌은 "36년(실제로는 35년) 동안 당신을 기다렸다"며 존스 주니어에게 금메달을 꺼내 들었다.
박시헌과 존스 주니어는 1988 서울 올림픽 복싱 결승에서 맞붙었다. 당시 박시헌은 판정 끝에 3-2로 승리, 대한민국 선수단의 12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이 경기는 편파 판정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심판 3명이 징계를 받았으며 이 중 둘은 영구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은 이후 아마추어 복싱 판정 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영상에서 박시헌은 "이것은 88년 서울 올림픽 금메달이다. 그때 홈에서 금메달을 가져갔다. 지금은 내가 잘못된 걸 알고 있다. 이 금메달은 당신 것"이라면서 존스 주니어에게 금메달을 건넸다. 이에 존스 주니어는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렸다. 이 영상은 2023년에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존스 주니어는 SNS를 통해 "1988년 나는 복싱 역사상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로 꼽히는 경기에서 금메달을 빼앗겼다. 하지만 신의 은총으로 그 메달을 차지한 선수가 내 고향까지 찾아와 메달을 돌려줬다"는 소감을 남겼다.
한 복싱 관계자는 "존스 주니어 측은 수년 전부터 박시헌을 미국으로 초청하고자 했다"면서 실제로 금메달을 전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들의 사연은 올해 개봉한 영화 '카운트'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박시헌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지도자로 변신, 경남 진해중앙고 체육 교사를 거쳐 2001년 국가대표팀 코치, 2016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총감독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서귀포시청 복싱 감독으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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