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무겁고 급식도 못 먹어요"
지역 당국의 미온적 대응에 실망
최악의 가뭄으로 재난 사태가 선포된 강원 강릉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지역 정치인의 미온적 대응에 실망하며 대통령의 현명한 해결책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았다.
강릉 운양초등학교 6학년 학생 15명은 지난 10월 4일, 각자 한 문장씩 손글씨로 쓴 편지 5장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원래 강릉시청에 보내려 했지만, 시 당국이 오랜 기간 가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대통령실로 방향을 틀었다.
학생들은 편지에서 "대통령님은 현명하게 문제를 잘 해결해줄 것 같다"며 믿음을 표현했다. 이어 학교와 가정에서 겪는 구체적인 불편들을 나열했다. "학교에서 나눠준 생수는 1학년 동생들이 들기 무거우니 배달 방법을 고민해달라", "급식과 정수기를 사용하지 못해 불편하다"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했다. 또한, 자영업을 하는 부모님들의 고충을 언급하며 "재난 극복 쿠폰 발행을 고민해달라"는 재치 있는 제안도 덧붙였다.
"이런 정치인 절대 안 뽑아요"
학생들은 가뭄 위기가 심화한 상황에서 시장과 국회의원들이 제때 대처하지 못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이런 식으로 일할 사람들을 절대 뽑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으며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보여줬다.
또한, "물이 꼭 필요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세세하게 구분해 제한 급수를 실행해달라"는 구체적인 정책 제언도 잊지 않았다. 편지 말미에는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 생각을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배웠다"며 배움의 실천을 강조하기도 했다.
편지를 함께 보낸 담임교사는 "우리 편지가 도착하면 대통령님께서 직접 읽어보실 일만 남았다"며 학생들의 순수한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했다. 학생들은 "기회가 된다면 우리 반 모두 대통령님을 뵙고 싶으니 꼭 초대해달라"고 마지막 희망을 남겼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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