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플랫폼 독과점 규제, 통상여건상 추진 어려워"
관악구 프랜차이즈 칼부림 사건 "가맹점·본사 협상력 보장해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5일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규제에 구멍이 있다며 해외 기업을 이용한 우회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관악구에서 발생한 프랜차이즈 피자집 칼부림 사건과 관련해선 가맹점주들이 본사와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주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집단을 이용한 내부거래와 사익편취, 자사주를 이용한 지배력 확대 등에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제재의 강도는 그런 행위에서 얻는 이익을 능가하도록 충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를 상대로 한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호주에 설립한 계열사(SMC)를 통해 국내 계열사 주식을 매수한 것과 관련 "순환출자나 상호출자 관련법에 루프홀(규제 구멍)이 있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외 기업을 이용한 우회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 관저 공사 관련 의혹에는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현대건설이 윤석열 정부 대통령 관저 공사를 해주는 대가로 800억원대 규모의 새 영빈관 공사 수주를 약속받은 의혹에 형법 130조에 따른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주 후보자는 "공정위원장이 답할 사안인지는 모르겠으나 제 지식으로는 그렇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공발주사업을 권력자와 재벌기업 간의 거래의 장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발주사업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박 의원의 지적에 "세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효성그룹이 대기업집단 관련 허위 자료 제출을 여러 차례 반복했음에도 그마다 경고 처분에 그쳤다는 지적에 "당연히 가중 처벌을 해야 한다"며 "경고가 아닌 훨씬 더 중요한 조치를 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홍철호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 일가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굽네치킨의 편법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 제기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의 질의에는 "임명이 된다면 잘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등의 관계자들이 1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배달앱 수수료 인하 및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촉구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플랫폼법 추진과 관련해선 주 후보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통상 협상이 너무나 중요한 이슈여서 지금으로서는 독과점 규제와 관련한 플랫폼법을 과감하게 추진하기는 어려운 여건"이라고 설명하며 "미국 정부가 플랫폼법 추진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수장이 최근 방한해 사전 규제를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명시적으로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 '갑을' 관계를 다루는 법 추진에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적인 특성이 담긴 갑을 관계 문제는 최근 플랫폼 경제로까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며 "통상이슈와는 독립적으로 의회와 소통하면서 법안 개정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번 발언은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플랫폼 규제 논의가 분리되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한국은 온라인플랫폼법 추진이 늦은 상황"이라며 "논의가 급진전하던 3년 전쯤 도입됐더라면 통상 협상에서 덜 어려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발생한 프랜차이즈 피자 가맹점 칼부림 사건 관련 질의에는 "가맹점주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균형 있는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장치를 의회와 공정위가 협력해서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금 상습 체납 사실과 관련한 국민의힘 추경호·유영하 의원의 질타에는 "지연 납부된 것은 실수였다"며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주 후보자는 "지연이 확인되면 바로 납부했다"면서 "앞으로 지연 납부가 없도록 훨씬 더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했다.
추 의원은 "세금이나 과태료 체납으로 15차례 재산 압류가 됐고 차량 등에 14차례 압류가 됐다"며 "종합소득세, 재산세 등 체납이 계속됐고 7년간 5차례 종합소득세 납부 시한을 넘겨 연체한 적도 있다"고 질타했다. 유 의원도 "국민의 기본 의무인 납세의 의무를 지지 않는 사람이 공직을 맡는다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 후보자는 "항상 저는 법과 국민의 의무를 다한다는 원칙으로 살아오려고 노력했다"며 "한 번도 납세 의무를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어떤 판단을 했던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수수료 상한제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수료 상한제 도입으로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는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되더라도 소비자나 배달 노동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거에 대한 대비책이 없으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수수료의 범위에는 광고비를 포함해야 하며, 배달료는 포함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각종 갑질 의혹으로 조사받는 배달의민족·쿠팡이츠의 동의의결 신청과 관련해선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중대할 경우에는 동의의결보다는 가능한 심사 절차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명륜진사갈비 본사의 고금리 대출 유도 의혹에는 "사실관계를 파악해 위법 사항을 발견하면 엄정 조치하겠다"고 했고,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선 "국회와 협의해서 중소납품업체나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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