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초소형 전자·광전 소자 개발 기반 마련
국내 연구진이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 수준인 초소형 나노 다이오드를 구현하고, 뛰어난 전류 정류 특성과 광응답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차세대 나노 전자기기와 광전 소자 개발에 중요한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부산대학교(총장 최재원) 물리학과 김지희 교수 연구팀은 성균관대, 인하대와 공동연구로 전도성 원자힘 현미경(CAFM) 탐침을 활용해 접촉 면적이 6.82nm² 수준인 나노 쇼트키 다이오드(nano-Schottky diode)를 구현했다고 5일 밝혔다.
쇼트키 다이오드는 금속과 반도체 사이 경계면에서 전류를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중요한 소자다. 그러나 접촉 면적을 작게 만들수록 전류 흐름이 왜곡되거나 원하는 특성이 사라지는 문제가 있어, 초소형화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초평탄 금 전극 위에 놓인 2차원 반도체 이황화몰리브덴(MoS₂) 위에 CAFM 탐침을 직접 접촉시켜, 기존 다이오드보다 훨씬 좁은 공간에서도 전류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MoS₂ 두께에 따른 전류-전압 특성 변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 대면적 접촉 다이오드보다 현저히 높은 정류비를 확인했다. 이는 공핍 영역을 극도로 축소해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나노 다이오드는 전류 제어뿐 아니라, 빛을 감지하는 광다이오드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연구팀은 MoS₂의 두께와 빛의 파장, 조사 위치에 따른 단락전류, 개방전압, 광전하 이동 양상 등을 분석해, 극소 접촉 면적에서도 광전 효과가 명확히 발현됨을 실증했다. 이는 나노 구조에서도 내부 전위 장벽이 충분히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성균관대 오세진 석박통합과정 학생(제1저자)은 "이번 연구를 통해 나노미터 수준에서 전하 흐름과 광응답을 정밀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했으며, 초고밀도 메모리 소자와 AR/VR, 자율주행용 차세대 이미지 센서 등 새로운 아키텍처 설계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김지희 부산대 교수(교신저자)는 "접촉 면적을 수 나노미터 수준으로 줄이면 전류 제어가 어렵다는 기존 통념과 달리, 오히려 더 높은 민감도와 정류 특성을 구현했다"며, "전자 소자의 물리적 성능을 원자 단위에서 측정·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향후 나노 통신 장치, 헬스 모니터링 시스템, AI 기반 초소형 이미지 센서 및 뉴로모픽 소자 설계 등 다양한 차세대 응용 기술 개발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 권위지인 '스몰(Small)' 8월 14일 자에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글로벌 선도연구센터(IRC) 과제 지원으로 수행됐다.
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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