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논란 중심에 선 EVA
IMF 이후 도입된 기업의 성과 판단 기준
난해한 공식, 직원 공감 어렵다는 불만 속출
SK하이닉스가 1인당 1억원 이상의 역대급 성과급이 가능하도록 성과급 제도를 개선하면서 국내 대기업의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그동안 성과급 산정에 반영됐던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제도 개편을 요구했다. 기업의 성과 판단 기준이었던 EVA는 어쩌다 성과급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을까.
성과급 산정방식 차이가 불러 일으킨 논란
삼성과 SK하이닉스 모두 기업 이익의 초과분을 임직원에 환원하는 성과급 제도를 운영한다. 삼성에선 초과이익성과급(OPI), SK하이닉스에선 초과이익분배금(PS)이라 불린다. 다만 세부적인 산정 기준, 즉 직원이 받게 될 성과급의 총금액인 '초과 이익'을 규정하는 구체적인 방식은 다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노사 성과급 합의에서 PS 지급 한도(기존에는 기본급의 최대 1000%·연봉의 50%)를 폐지하고,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총액으로 삼겠다고 확정했다. 증권업계의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익 평균 추정치는 39조원이며, 반기보고서 기준 직원 수는 3만3625명이다. 1인당 1억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삼성의 성과급은 EVA 방식을 따른다. EVA는 기업이 영업 활동에서 창출한 부가가치를 뜻하며, 산출 방식은 '세후 영업익(순이익)에서 자본 비용(법인세·투자금)을 차감한 금액'으로 설명된다. 간단한 설명과 달리 EVA 산출 공식은 복잡하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 초기업노조는 경영진에 보내는 서한에서 "EVA는 직원 누구도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성과급 제도"라고 비판했다.
기업 수익성 정확히 보여주지만…난해한 공식, 공감대 떨어져
EVA 산출방식이 복잡한 이유는 자본 비용 때문이다. 자본 비용은 다시 '타인자본 비용'과 '자기자본 비용'으로 나뉘며, EVA 공식에선 둘을 모두 고려한다. 타인자본 비용은 은행 대출, 회사채 발행 등 기업이 부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가 여기에 포함된다. 자기자본 비용은 기업이 주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주주에 지불하는 수익률을 뜻하며, 대표적으로 배당이 있다.
회사채의 이자, 배당 수익률 모두 자본 조달 환경에 따라 변동한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선 회수금액의 위험성에 따라 더 높은 대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즉 위험 프리미엄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EVA의 자본 비용은 이같은 요소를 모두 고려해 산출하기에 전문적인 재무 회계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렵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현 현대경제연구원)이 1997년 발간한 보고서에 실린 'EVA에 의한 기업 경영'에 따르면, EVA는 1980년대 후반 미국 경영 대학들이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원래는 미국 기업의 가치 제고 수단으로 쓰였다. 반면 국내에선 IMF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경영 쇄신의 일환으로 도입했다. 특히 한국 대기업들은 임직원 성과급을 산정할 때도 EVA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는데, 이를 두고 보고서는 "EVA는 기업 가치를 나타내므로 EVA와 임금을 연동하면 기업 가치와 임금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 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EVA의 단점인 난해한 공식이 항상 발목을 잡았다. 기업 영업이익 규모와 상관없이 자본 비용률이 높으면 EVA는 하락하기 때문에, 업황이 호황일 때도 성과급은 깎이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한다. 2020년 당시 영업이익이 84% 증가했으나, EVA는 부진해 성과급은 경쟁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SK하이닉스는 2021년 EVA를 폐지했고, 올해 노사임금교섭에서 연간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아 당해 연도에 80%를 지급하고 이후 2년 동안 10%씩 나눠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신재용 서울대 교수는 경영대학 홈페이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개념적으론 자본제공자의 몫을 차감한 초과이익 개념인 EVA가 성과급의 산정 근거로 더 우월하다"면서도 "종업원의 불만과 혼란이 큰 이유는 경영진이 적시에 투명하고 설득력 있게 구성원들과 정보를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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