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짜발량이]K컬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기반 시설 열악한 韓 뮤지컬 시장
문화재정 비율 높이는 논의 필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한국뮤지컬협회 주최로 '뮤지컬포럼 2025'가 열렸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정인혜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유통팀장은 예경이 운영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통계를 통해 한국 뮤지컬 시장의 현황을 짚었다. 특히 관객 1인당 티켓 판매액 통계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 브로드웨이는 약 14만원, 영국 웨스트엔드는 약 11만원이지만 한국은 약 5만9000원에 그쳤다. 국내 언론에서 '뮤지컬 입장권이 비싸다'는 기사가 자주 등장하는 상황과는 괴리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포럼에 참석한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는 "브로드웨이는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로 움직여 공연 티켓 가격의 상한이 없다"며, 최근 조지 클루니가 출연한 연극의 입장권 가격이 100만원을 넘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공연기획사 쇼노트의 이성훈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뮤지컬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인혜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유통팀장,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 박천휴 작가,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 박은태 뮤지컬 배우, 이성훈 대표,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

공연기획사 쇼노트의 이성훈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뮤지컬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인혜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유통팀장,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 박천휴 작가,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 박은태 뮤지컬 배우, 이성훈 대표,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

AD
원본보기 아이콘

4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최 장관은 국내 대형 공연장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는 1만석 이상 규모의 실내 공연장이 34개 있지만, 한국은 8개에 불과하다"며 "일본이 이미 5개의 4만석 이상 돔 경기장을 보유한 데 이어 추가 건립 중인 상황에서 한국은 단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 발언을 들으며, 대형 공연장 부족이 입장권 가격 격차의 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 장관은 K팝 콘서트의 사례를 언급했지만, 연극·뮤지컬 시장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대형 공연장이 부족하다 보니 제작사들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 어렵고, 그 결과 한국 뮤지컬 평균 티켓 가격은 미국이나 영국의 절반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소수 대극장 공연의 입장권이 비싸다는 지적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스타 시스템과도 연결된다. 스타 배우들이 집중되는 대극장이 한정적이다 보니 일부 배우의 출연료가 상승하고, 이는 곧 티켓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박천휴 작가의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뮤지컬이 주목받고 있지만, 열악한 기반 시설은 시장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뮤지컬 포럼에서 이성훈 쇼노트 대표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며 지금이 뮤지컬 시장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 장관이 예산안에 아쉬움을 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취임 한달 계기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취임 한달 계기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주 국무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문화재정은 올해 8조8000억원에서 내년 9조6000억원으로 9.2% 늘었다. 그러나 전체 예산 증가 폭에 비해 문화재정 비중은 1.31%에서 1.32%로 고작 0.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최 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문화재정 비중이 여전히 중하위권임을 지적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금이 우리 문화산업을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라며 적극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기국회에서 문화재정 비율을 높이는 논의가 필요해보인다;


더 나아가 단순한 예산 증액을 넘어, 공연장 인프라 확충과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 같은 구체적인 정책적 실행이 뒤따를 때 비로소 한국 뮤지컬 시장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