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자로 품귀'에 선결제 요구하고
대기번호까지 끊는 약국·병원
비만치료제 열풍 속 환자 관리는 나몰라라
비만치료제 '마운자로'가 국내 출시 3주 만에 전국적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본래 당뇨병 치료제임에도 체중 감량에 대한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병의원과 약국에서는 일찌감치 재고가 동난 상황이다. 일부 약국은 환자들에게 선결제를 요구하거나 대기번호를 매겨 순번제를 운영하는 등 약을 구하기 위한 줄서기가 일상화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국내 판매를 개시한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당뇨·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는 출시 3주째를 맞지만 병·의원과 약국에서 여전히 제품을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전날 도매 업체들로부터 물량이 공급돼 일부 판매가 되고 있지만 대기 수요가 많아 금방 동이 나고 있다. 한 약국 관계자는 "도매를 통해 주 1회 정도 물량이 공급되지만 일정과 수량이 들쭉날쭉해 우리(약국)조차 입고 일정이나 여부를 알기 어렵다"며 "환자들이 매일 물어보지만 우리도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며 난색을 표했다.
물량 부족이 길어지자 일부 약국에서는 환자에게 선결제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번 주 물량은 선결제가 끝났고 다음 주분은 미리 결제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는 환자들의 증언이 이어진다. 또 다른 약국은 대기표를 나눠주며 "4번째 순번이니 입고되면 문자하겠다"고 공지했다. 이 같은 행위는 현행 약사법 취지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조제 가능하다. 약 조제 전에 대금을 받고 예약 판매를 약속하는 행위 또한 '처방전 없는 판매 예약'과 유사하게 위법하다는 시각이다.
공급 과열 속에서 환자 안전도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체질량지수(BMI) 측정이나 체성분 검사를 생략한 채 환자가 원하는 대로 처방전을 발급해주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약국 또한 부작용 관리나 식이요법 병행 안내 없이 단순 조제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자가 직접 상담을 받아본 결과 의사는 기초적인 문진만 거친 뒤 "원하시면 처방해 드린다"며 간단히 처방전을 발급했다. 별도의 생활습관 교정 지도나 부작용 설명은 없었다. 약국도 마찬가지였다. 조제 과정에서 주의사항을 묻자 "처방받은 대로 맞으시면 된다"는 짧은 답변뿐이었다.
공급사인 한국릴리는 출시 직후부터 제품을 공급하는 병의원 등에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부작용 등을 설명한 키트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수많은 병의원의 진료 행위를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교정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치료제는 마법의 주사가 아니며, 환자별 맞춤 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당국은 처방·유통 과정에서의 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에 대해 명확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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