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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 영화제, 개막작부터 흥미롭네…음악으로 역설한 극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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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FF 2025]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기자시사
프랑스 감독 그레고리 마뉴 '뮤지션' 첫 공개
팬데믹 기간 탄생…"1500편 중 단연 돋보여"

그레고리 마뉴 감독이 4일 충북 제천 제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개막작 '뮤지션' 기자회견에서 작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그레고리 마뉴 감독이 4일 충북 제천 제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개막작 '뮤지션' 기자회견에서 작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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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이 청풍호반처럼 시원한, 음악과 영화로 물들었다.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가 4일 충북 제천 제천영상미디어센터에서 개막작 기자시사와 함께 막을 올렸다. 올해 첫 상영작으로 선정된 프랑스 감독 그레고리 마뉴의 '뮤지션'은 네 연주자의 갈등과 화합을 통해 음악과 영화가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하며, 음악영화제가 지향하는 출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뮤지션'은 바이올리니스트 아스트리드가 아버지의 꿈을 이어 전설의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모아 세계적 사중주 공연을 기획하는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공연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엿새. 리즈, 조지, 피터, 아폴린 네 연주자는 리허설 때마다 자존심 싸움을 하느라 함께 좀처럼 연주할 수가 없다. 해결책을 찾지 못한 아스트리드는 무대를 구원할 마지막 열쇠로 작곡가를 찾아 나서고, 갈등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음악가들이 협업의 긴장 속에서 하나의 곡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극장에서만 체감할 수 있는 연주 장면의 호흡과 울림을 전면에 세운다.

영화는 팬데믹 시기 태어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레고리 마뉴 감독은 "파리의 작은 카페에서 집필했다"며 "코로나19로 프랑스에서 두 차례의 긴 자가격리를 겪으며 관객들이 다시 극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웃집 바이올리니스트가 오페라 입단을 준비하며 보여준 연주를 보면서,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곡도 연주자의 손길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린다는 걸 알았다. 그 순간을 영화로 보여줄 수 있다면 관객들이 다시 극장으로 돌아올 이유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네 연주자 가운데 세 명은 실제 연주자이고, 한 명은 악기에 능한 배우가 맡았다. 캐스팅 과정은 실제 음악가를 선발하는 절차처럼 치열했다. 마뉴 감독은 독일과 벨기에까지 수소문해 이들을 찾아냈다. 그는 "연주자들의 개성에 맞춰 시나리오를 수정했고, 음악도 현장의 호흡에 맞게 다시 썼다"며 "네 배우가 실제로도 긴장을 주고받았고, 그 공기가 영화 서사와 겹쳐 실제처럼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음악은 처음부터 완결된 형태로 쓰이지 않았다. 작곡가는 연주자들이 악기를 다루는 모습을 지켜보며 곡을 수정했고, 현장에서 일어난 긴장과 갈등이 곡의 변화로 이어졌다. 마뉴 감독은 "연주자들의 실제 관계가 영화 속 서사와 맞물려 흘렀다. 개성과 긴장 관계를 음악이 고스란히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영화 '뮤지션' 스틸컷. 사진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영화 '뮤지션' 스틸컷. 사진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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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 집행위원장이 4일 충북 제천 제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개막작 '뮤지션' 선정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장항준 집행위원장이 4일 충북 제천 제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개막작 '뮤지션' 선정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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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성격을 묻자 그는 "'뮤지션'은 관객에게 소곤거리는 코미디"라고 답했다. "대사나 몸짓으로 웃음을 끌어내는 영화가 아니라, 네 연주자가 서서히 관계를 열어가는 작은 순간에서 웃음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기대하는 한국 관객의 반응에 대해서는 "한국의 유머 감각은 프랑스와 비슷하다. 이번 상영이 이 코미디가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딩 장면인 성당에서의 마지막 연주는 음악의 힘이자 극장, 영화의 힘에 대한 메시지를 응축한다. 감독은 "네 연주자가 서로를 바라보며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그대로 담고 싶었다"며 "촬영이 끝난 뒤 이 장면만으로도 영화가 남는다면 성공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벽난로 앞에서 네 연주자가 포크송을 함께 부르는 장면에 대해서는 "음악이 주는 기쁨을 공유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영화와 음악의 본질은 거기에 있다"고 했다.


마뉴 감독은 '조화'에 대한 해석도 덧붙였다. 그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모아놓는다고 해서 조화로운 연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아를 누른다고 조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개성을 지키면서도 화합할 수 있는 과정이 진짜 조화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 더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장항준 집행위원장은 개막작 선정 이유에 대해 "1500편 넘는 출품작 가운데 음악이 중심을 이루면서도 대중성과 공감을 함께 갖춘 작품이었다"며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뮤지션'은 예술가들의 자존심이 충돌하다가 결국 음악 안에서 이해와 치유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줬다"며 "위대한 음악의 힘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하나가 되는 데 있다. 영화는 그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음악처럼 천천히 스며들게 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를 무대로 작업해온 마뉴 감독은 이번이 아시아권 첫 방문이다. 그는 "오늘이 한국에서의 첫날, 정확히 말하면 일곱 시간째인데도 익숙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영화를 통해 한국인의 섬세한 감정과 소통의 방식을 봐왔다. 프랑스와 한국이 그렇게 멀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한 프랑스 내 관심도 그만큼 높다"고 덧붙였다. 언론인으로 10년간 활동한 이력을 언급하며 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태도가 영화 작업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천=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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