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저승사자 같다" 민원에 조형물 철거
케데헌 흥행에 온라인서 재평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세계적 흥행이 뜻밖의 반전을 불러왔다. 11년 전 세종시에서 '저승사자 같다'는 이유로 철거됐던 금속 조형물 '흥겨운 우리가락'이 케데헌의 흥행에 힘입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흥겨운 우리가락'은 2014년 세종시 국세청사 앞에 세워진 조형물이다. 한복에 갓을 쓴 남성이 양팔을 벌려 날아오르는 듯한 모습으로 '한량무' 춤사위를 표현한 작품이다. 공모를 통해 총 11억여원을 들여 조형물 6개를 설치했는데 그중 하나다. 하지만 당시 시민들과 공무원 사이에선 "저승사자를 닮았다", "밤에 보면 섬뜩하다" 등의 민원이 이어졌고 결국 설치 5년 만인 2019년 철거돼 현재 정부세종청사 지하 주차장에 보관 중이다.
그러나 영화 '케데헌' 속 보이그룹 '사자보이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누리꾼들은 조형물과 사자보이즈의 이미지가 닮았다며 "이제야 시대를 만났다", "진정한 사자보이즈가 세종시에 있었다", "세종시 지하에 봉인된 저승사자를 꺼낼 때"라며 재설치를 요구하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 재평가에 세종시도 재설치 검토
실제 정부세종청사관리본부도 최근 재설치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국민신문고 등으로 민원이 접수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한 번 철거된 조형물을 다시 옮기는 문제인 만큼 여론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설치가 확정된다면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른 심의를 거쳐 위치를 정하게 된다.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케데헌'의 흥행 돌풍이 있다. 지난 3일 기준 이 작품은 공개 76일 만에 누적 시청 2억6600만회를 기록하며 영화와 쇼(드라마·예능 등)를 통틀어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작품에 올랐다. 이는 '오징어 게임 시즌 1'(2억6520만회)과 '웬즈데이 시즌 1'(2억5210만회)을 넘어선 수치다. 앞으로 2주간 집계가 추가되면 역대 1위 자리를 더 굳힐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김대건 신부 조각상이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케데헌 사자보이즈'를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과 함께 화제를 모으면서 저승사자 조형물의 재발견 분위기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박은서 인턴기자 rloseo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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