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망에 임은정 '검찰5적' 발언 비판
"검사장으로서 서울동부지검의 사건과 조직 챙기길"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46·사법연수원 41기)가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검찰개혁 5적'으로 지목한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검사들에게 속은 바보로 만들었다"며 직격했다. 안 검사는 2018년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했던 인물로, 지난 7월에도 '검찰개혁의 방향을 알려달라'는 반박성 글을 올린 바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관련 외압 의혹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 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진행된 수사에 대한 입장과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안 검사는 3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어떻게 현직 검사, 그것도 '검사장'께서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을 할 수 있냐"며 임 지검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안 검사는 "'이 터널 밖으로 나갈 때 좀 더 나은 곳으로 이어지도록 오늘을 바꾸어보자'고 하셨던 임 검사장님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과 함께 검찰개혁 긴급공청회 자리에서, 현직 대통령께서 임명한 공직자의 실명을 언급하며 '검찰개혁 5적'이라 명명했다"며 "진술 청취나 면담 정도면 몰라도 검찰의 보완수사권도 폐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제게 주시려던 '오늘을 바꾸는 방안'이었나보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청회 자리에서 임 검사장님께서 한 발언을 듣고 후배 검사인 저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한때 검찰의 문제점과 검찰개혁을 함께 논하던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이었던 임은정 선배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이냐"고 덧붙였다.
안 검사는 "대통령께서 어떠한 의중으로 한 인사인지 확인도 해보지 않은 채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검사들에게 속은 바보로 만들고 대통령께 누구를 당장 잘라버리라 명하는 것이냐"며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이런 검사의 오만함이 오늘날 검찰 해체의 논거 중 하나가 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임 검사장의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안 검사는 "아무리 지난 몇 년을 검사로서의 본업은 부업처럼 하시고, 본업을 인플루언서로 사셨다고 해도 '수사의 개념조차 모르면 어떡하냐"고 일침을 가했다.
안 검사는 "임 검사장님께서 말씀하시는 바대로 된다면, 그것은 검찰개혁이 아니라 형사사법 체계의 붕괴"라며 "검찰개혁이라는 정치적 레토릭만 외치지 마시고, 검사장으로서 서울동부지검의 사건과 조직을 챙겨보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정의로운 검사라고 칭송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차장검사를 건너뛰고, 검사장이 된 후 검사로서 수사권을 남용하고, 검찰총장의 옷을 벗자마자 대선에 직행해 대통령이 된 후 팬들의 목소리에 갇혀버린 윤석열처럼, 임 검사장님께서는 정의로운 검사라고 칭송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검사장이 된 후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린 채 팬들의 목소리에 갇혀 향후 국회의원, 법무부 장관, 공소청장 자리를 꿈꾸고 계시는 것이냐"고도 언급했다.
안 검사는 말미에 "계속 검사장의 역할이 아닌 '검사 장의사'의 역할만 하려고 한다면 원하시는 대로 사법 붕괴가 돼버린 후, 역사가 '사법붕괴 5적'에 윤석열과 나란히 임은정이라는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8일에도 안 검사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이프로스에 "검찰이 변해야 하고, 개혁돼야 한다는 건 검사장님과 같은 생각이었지만, 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 지점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와 인사"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앞서 임 지검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에서 이진수 법무부 차관, 성상헌 법무부 검찰국장,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 노만석 대검 차장, 김수홍 법무부 검찰과 검찰과장을 '검찰개혁 5적'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을 향해 "눈 가리고 아웅 식이 아닌 실질적 수사 구조 개혁과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 완성, 그것이 이 대통령의 공약이고 이를 이행하는 것이 공무원의 자세"라며 "그런 자세를 취하지 않은 분이 법무부의 간부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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