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인 인식 개선됐지만 한계도 여전"
'기쁨조' 여성 장관 발탁 멈춰야 지적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한국 여성 의정' 이혜훈 대표가 여성 정치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2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과거 여성 국회의원으로서의 경험을 회상하며 "2004년 초선 의원 시절만 해도 여성 의원이 의총에서 발언하려 하면 남성 의원들이 '하지 말라'고 자제시키는 경우가 꽤 많았다. 저도 자제를 당해봤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계열) 공천을 받아 서초갑에서 당선된 이래 같은 지역에서 18대,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주요 의사결정이 공식 회의가 아니라 전날 술자리, 밥자리 같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실상 내정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내정한 뒤 그다음 날 아침 공식 회의에선 이를 공식화하는 절차만 밟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위 '요정 정치'라는 말이 있지 않냐. 제가 2004년 처음 국회에 왔을 때만 해도 여성 도우미가 있는 요정(料亭)에 불려간 적이 있다"며 "그래도 점점 많이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현재 국회 내 여성 정치 현실에 대해서는 "양적으로는 일정 수준까지 늘어났지만, 질적인 성장에는 아직 부족하다"며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고위직 진출과 다선 의원이 많아져야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데, 이 부분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극단적 진영 정치의 한계를 극복할 해법이 여성 정치에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여성들이 조직 내에서 차별을 많이 받았던 이유 중 하나가 '조직 충성도가 약하고 결속력이 작다'는 것이었다"며 "오히려 조직을 절대 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성향이 극단적인 진영 정치 매몰, 패거리 문화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 여성 각료 인선과 관련해선 "여성 장관 비율이 21%쯤 되는 것 같다. 최악은 아니지만 최고도 아니다"라며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전문성"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문성을 가진 여성을 발탁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조 스타일을 발탁하는 건 여성 정치에 오히려 해악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정부 장관 후보자 중 낙마한 사람은 딱 두 명으로 두 사람 모두 여성이었다"며 "전문성에 맞는 여성 인재가 매우 많은데 왜 기쁨조 스타일들을 발탁하는지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건 이재명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정부에서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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