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여파 근로손실 우려
유예·보완 기업 의견 반영해야
"속 시원히 말하기 힘들었습니다. 재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바로 방어하는 모양새였어요." (3일 주요 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CHO) 간담회 참석자)
전날인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는 16개 대기업 노무임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국회에 이어 최근 국무회의까지 통과하자 정부가 내용을 설명하고 기업은 우려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100분 토론'처럼 긴 만남이었지만 경영계는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 자리가 된 것은 김 장관이 경영계 우려를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이 파업에 따른 근로 손실을 우려하자 김 장관은 "산업재해로 인한 근로 손실이 더 걱정스러운 지점"이라고 말을 돌렸다. 노란봉투법 여파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불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두고는 "조선업 경쟁력은 숙련공으로부터 시작한다"며 "숙련공을 다시 불러 모으고 청년을 위한 좋은 일자리 만드는 계기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정부가 들으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구체적인 우려 사항을 정부에 직접 전하며 궁금증을 해결하자는 간담회의 원래 목적과는 거리가 있었다.
노란봉투법은 입법 과정부터 경영계 의견이 조금도 반영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많았다. 일부 조항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겠다며 경영계가 한발 물러서도 독소조항은 그대로였다. 법 시행 전까지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해 꺼낸 '1년 유예' 카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동부가 계속해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답만 하면 돼)' 방침을 고수한다면 결국 피해는 기업들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지침과 매뉴얼을 마련한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못할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지침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과거에도 확인됐다. 2012년 9월 노동부는 '통상임금 산정 지침'을 정하면서 정기상여금과 고정적 복리후생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기업은 이를 성실하게 따랐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법원으로 향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결국 법원은 노동계 손을 잇달아 들어줬고 2013년 12월에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어 정부 지침을 뒤집었다. 정부 지침을 믿고 따른 결과가 혼란을 가져오고 시간과 비용의 낭비로 이어진 셈이다. 노란봉투법을 보완하는 지침과 매뉴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만큼은 경영계 의견이 충실하게 반영돼야 한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