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마트·샤오미 등 中이미지 전환
하드웨어 넘어 신뢰 경쟁 들어서
슈퍼사이클 지속방안 모색해야
중국의 '스푸트니크 순간(Sputnik moments)'은 언제일까. 딥시크와 비야디(BYD), 샤오미 자동차, 베이징 로봇 올림픽, 화웨이의 부활, 그리고 라부부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라부부는 제 역할을 해냈다. 이 작은 괴물 인형은 중국산 브랜드가 '싸구려' 취급을 받을 게 아니란 사실을 세상에 입증했다. 라부부를 만든 팝마트는 신뢰를 만들었고, 이 회사 경영진은 올해 매출로 40억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다음은 무엇일까.
그 답이 '더 많은 라부부'는 아니다. 다음 국면은 팝마트를 넘어서는 규모와 산업적 성격을 지닌다. 브랜드 파워는 우리가 보통 소비자 서사로 취급하지 않는 영역인 배터리·자동차·드론·바이오테크에 이를 넘어 인프라까지 향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제 하드웨어만큼이나 '신뢰'라는 가치를 놓고 경쟁 중이다.
1년 전만 해도 '샤오미 자동차'는 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농담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첫 전기차를 선보인 지 15개월 만인 지난 7월 30만대 이상을 인도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해외 투자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야기 속에는 더 넓은 변화가 숨어있다. 샤오미의 브랜드 스토리에는 CATL 배터리가 포함돼 있다. 중국 공항에 가면 수많은 광고판에서 CATL 광고를 볼 수 있다. CATL은 세계 전기차(EV) 배터리 시장의 약 38%를 차지하고 있으며, EV 제조업체 BYD와 함께 상반기 설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내장된 부품이 소비자가 직접 찾는 이름이 되는 순간, 이는 비용 경쟁력을 넘어 브랜드 경쟁력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중국 기업들의 사고방식 전반에서 생겨나는 변화를 잘 보여준다.
미국이 감시망을 옥죄면서 중국 기업들은 분명한 교훈을 얻었다. 평판은 순식간에 퍼진다는 점이다. 화웨이가 폴더블폰과 자체 스마트카 파트너십으로 부활한 것은 브랜드가 얼마나 빠르게 이미지 쇄신이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BYD는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공식 e모빌리티 파트너로 유럽 최대 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TCL은 올림픽 스키 챔피언인 아일린 구를 글로벌 홍보대사로 영입했다.
그러나 신뢰는 고르지 않다. 일부 기업은 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나스닥 상장사인 EV 충전 서비스 플랫폼 회사 나스테크놀로지는 연차 보고서 제출 지연 통보와 더불어 상장 유지에 필요한 최소 시가총액 요건 불충족 통보를 연이어 받았다. 보다 광범위하게는 자동차 공급망에서 포착된 대금 결제 지연·부담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지난 7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공급업체 전용 '불만 접수창구'를 마련하고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60일 결제 계약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요컨대 지배구조(거버넌스)가 약하면 급성장하는 부문일지라도 국내외 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 셈이다.
브랜드가 약속이라면, 실행은 증거다. 중국 기업들은 이제 자본시장과 쉬운 언어로 적기에 소통한다. 틱톡 세대 덕분에 그들은 커뮤니케이션을 '품질 관리'처럼 취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급업체와의 상호작용이나 공장 견학, 고객 불만 등이 낱낱이 공개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는 협력사와 소비자들이 전례 없이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고방식을 중국 사업체 전반에 심어주고 있다.
해외 사업은 중국에 활기를 주고 있지만, 브랜딩 성과는 자국 시장에서 더 눈에 띈다. 외국인 방문자는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더 많은 중국 여행을 했으며, 무비자 입국은 1360만건을 넘어 거의 54% 증가했다. 올봄 광저우 캔톤 페어를 찾는 해외 바이어 수는 28만8938명에 달했다. 더구나 국제 신용카드가 텐센트 같은 기업을 통해 현지 결제망과 연동되면서 작은 불마저 줄고 있다. 위챗페이는 글로벌 브랜딩을 강화해왔다. 종합하면 '중국'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전반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홍콩은 점점 더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이해관계를 가진 중국 기업들의 발판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도시는 홍콩만의 방식으로 또다시 스스로 브랜드를 재창조하고 있다. 강력한 법적 체계와 뛰어난 기업설명회(IR) 인재,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주는 미디어 생태계 등이 이들의 무기다. 활황세인 증시도 도움이 된다.
다음에 올 것은 분명하다. 배터리·센서·저장장치 등의 산업이 소비자들의 눈에 띄고 있다. 이들 기업은 사양서를 배포하는 것을 넘어 공동 브랜드와 보증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AI)과 EV 시대의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논리다. 더 많은 중국 브랜드들이 해외에서 스포츠와 문화 후원을 하고 있다. 큰 무대는 정상화를 가속할 것이다.
국경을 넘어선 협력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중국의 속도를 파트너 시장 접근성과 접목해 의약, 로봇, 기후 기술, 첨단 소재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다. 동시에 브랜드는 장소가 될 것이다. 베이징에 자리 잡은 팝랜드 공원은 중국 캐릭터들이 디즈니와 레고랜드의 본고장에 도전하는 미래를 암시한다.
중국에서 판매하든, 중국에서 협력하든, 중국과 경쟁하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수많은 새로운 배를 띄우게 될 초기 단계의 브랜딩 슈퍼사이클이다. 앞으로 몇 년이 그 상승을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결정할 것이다.
중국 브랜드의 성공은 서방 브랜드에 필연적으로 세계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국적 기업들과 투자자들의 대응은 실용적이어야 한다. 공급업체들은 공동 브랜드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다. 소매업체들은 중국 부품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숍인숍을 시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서방 브랜드들은 향후 수년간 성장 기회를 확보하는 데 핵심이 될 파트너십을 모색할 수 있다. 경쟁자들은 연구하고 배워야 한다.
라부부는 화두를 던졌다. 그 장난감은 '개념 증명(가능성의 입증)'의 역할을 했다. 진짜 흥미로운 부분은 그다음에 도래할 모든 것이다.
크리스 페레이라 아이엠팩트(iMpact) CEO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Why Labubu craze is just the start of China's branding boom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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