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2025년 임금 교섭 잠정 합의
'성과급' 새 기준…업계 '후폭풍' 촉각
삼성 노조, 이재용 회장에게 공문 전달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성과급 내용을 담은 임금협상을 타결하면서 업계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회사 내부는 축제 분위기지만, 경쟁사 삼성에선 상대적 박탈감과 불만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가 사실상 '상한 없는 성과급'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협상 시즌을 앞둔 다른 기업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충성" "최태원 액자 걸자"…사내 분위기 '들썩'
지난 1일 SK하이닉스 노사가 도출한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기본급의 최대 1000%를 한도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 기준이 폐지되며 임금은 6.0% 인상된다. 아울러 새로운 PS 상한선으로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설정해, 영업이익 10% 전체를 재원으로 삼아 산정 금액의 80%는 당해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2년에 걸쳐 매년 10%씩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약 39조원)와 직원 수(3만3625명)를 감안하면, 직원 1인당 1억 원이 넘는 성과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합의안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회사 내부 커뮤니티는 환호로 뒤덮였다. 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오늘부터 자발적 야근이다" "야근해서 개발 일정 하루라도 당긴다" "이제 진짜 열일(열심히 일함)할 때다" "일하러 가자. 삼성이 따라온다더라. 열심히 개발하고 생산하자" 등 독려성 글이 쏟아졌다.
직원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찬양하는 글을 올리며 기쁨을 공유하기도 했다. 일부 직원들은 최 회장의 증명사진을 올리며 "집에 걸어두면 돈 들어오는 사진"이라고 농담을 주고받았다. "액자 공동구매하자" "주문 완료" "매일 보고 감사해야" "사랑합니다" "앞으로 최태원과 나는 한 몸. 최태원 욕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등의 댓글이 이어지며 '충성 인증 릴레이'가 하나의 놀이처럼 번지는 분위기다.
'역대급' 성과급에 "우리는 왜 안돼" '분통'
다만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상한 폐지'라는 새 기준을 내걸면서 업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협상을 앞둔 다른 기업 노조들도 사측에 비슷한 요구사항을 제시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사례가 '기준점'이 된 만큼, 업계 전반에서 성과급 눈높이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SK하이닉스 합의 이튿날인 2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성과급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초기업노조는 '낡은 성과급 제도와 변함없는 회사'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SK하이닉스는 최근 '영업이익의 10% 성과급 지급'을 확정한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투명하지 않은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 방식으로 성과급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EVA 방식 기준은 직원 누구도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성과급 제도'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다"며 "회사가 성과급 개선 TF를 운영해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이후 발표나 성과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은 현재 연간 영업이익을 토대로 한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에 EVA 방식을 산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법인세·투자금 등)을 제외한 계산식이다. 초기업노조는 "(EVA 방식은) 영업이익이 높다 하더라도 특정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성과급은 0원이 될 수도 있으며 상한선까지 존재한다"며 "삼성전자 직원들의 사기와 회사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에 와있다. 최소한 변하려는 모습이라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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