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3일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는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경제1분과는 새 정부의 '진짜 성장의 틀'을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AI 대전환'을 통해 3%대 잠재성장률을 달성해 '세계 5강의 꿈'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기초해 기재부는 '새 정부 경제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새 정부의 이 원대한 비전은 중요한 진실들을 외면하고 있어 경제정책의 지표로서 타당성이 우려된다.
국정위는 현재 경제 상황이 구조개혁이 절실한 시기임을 지적하고 구조개혁의 방안으로 출산율 회복·고령자 고용 확대·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 등을 경제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핵심 열쇠로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위와 기재부의 근사한 계획에는 이미 경쟁력을 상실하고 구조적 침체 단계에 진입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낙후산업과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및 자영업 등 양극화 문제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하등의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인 소매업의 생산지수는 7월 현재 5년 전인 2019년 7월 대비 작게는 5%에서 크게는 20~30% 감소한 상태에 있으며 제조업에서도 10년 전인 2015년 7월 대비 생산자제품출하지수는 반도체를 제외하면 오히려 4.2% 감소했다. 10년 전에 대비해 대기업의 생산지수는 32% 상승했지만 중소기업은 7.3% 감소했다. 이러한 산업의 양극화가 진행된 결과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41%는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우리 경제의 양극화 문제와 구조조정 과제의 심각성에 대해 한국은행은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단기 처방에만 의존한다면 오히려 물가 상승, 부채 증가, 주택가격 거품, 환율 변동성 확대 등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왜 중앙은행이 구조개혁을 이야기할까?, 2025.8)며 지적하고 있는데도 국정위와 기재부는 구조개혁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또한 새 정부가 지향하는 '모두가 함께하는 국민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선결해야 할 과제는 부(富)의 양극화, 지역의 양극화, 산업의 양극화 등의 양극화 문제일 것이다. 이 불편한 진실들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대안이 없는 '진짜 성장전략'은 '가짜 성장전략'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산업의 양극화 문제를 외면하면서 생산성을 제고하고 경제의 체력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은 국민들이 듣기 근사한 선전 문구에 불과하다.
그뿐만 아니라 국정위의 '진짜 성장전략'은 'AI 전략'의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했다. 위원회와 기재부가 제시한 '인공지능 시대를 통한 경제·사회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전략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AI 전략은 산업 간은 물론 AI 노출도가 높은 고학력ㆍ고숙련 직업과 AI 노출도가 낮은 직업 간의 생산성과 이에 따른 소득 격차의 확대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AI 전략은 양극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진짜 성장전략'이 국민의 경제적 삶을 개선하는 성장전략으로서 '진짜'의 값을 하기 위해서는 낙후 산업과 양극화 문제의 불편하고도 중요한 진실들에 대해 가능한 최선의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25년간 쌓아 온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재정 주도로 잠재성장률을 1.5%에서 3%로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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