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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어도 안풀린 경기, 긴호흡으로 구조개혁 나서야[이재명정부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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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과의 일전을 외치며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지난 석 달간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시작으로 경제성장전략, 세제개편안, 예산안을 숨가쁘게 쏟아냈다. 단기적으로는 재정을 풀어 침체일로인 경제를 살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 육성에서 국가 주도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성장에 방점을 둔 국가 비전과 굵직한 경제정책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저성장 파고와 미국발 관세 폭격 등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나라 안팎의 변수들로 인해 어려움이 컸다고 평가하면서도 출범 당시부터 논란이 된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민과 구조개혁 과제 추진에는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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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범과 협상타결...韓경제 가장 큰 불확실성 제거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6월은 미국이 관세의 칼을 휘둘러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강경대응을 불사하며 글로벌 관세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이었다. 우리 기업과 경제에 유탄을 막을 통상외교가 절실했지만, 계엄 여파로 국무총리에 이어 경제부총리까지 사퇴한 상황에서 국무위원 서열 4순위가 정국을 이끄는 사상 초유의 대대대행 체제로 경제외교의 공백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후 뒤늦게 협상에 뛰어들었음에도 두 달 만에 관세율을 주요 대미 수출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타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총괄실장은 "촉박한 시간 속에서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무난하게 마무리하면서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고 말했다. 마스가(MASGA)를 포함해 제안한 총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의 세부 실행 방안을 위한 양국 간 합의 과정이 남아있지만 큰 틀에서 통상 안정화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세협상이라는 첫 난제를 넘긴 이재명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0%대 저성장을 벗어날 돌파구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하락 추세인 성장률 반전을 꾀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기업 주도의 기술 선도 성장 아젠다를 던진 것을 두곤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전문가들은 1~5점으로 점수를 매겼을 땐 일제히 4점이라고 답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을 따라잡는 추격자에서 기술 선도형 모델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에 윤석열 정부 때 줄인 연구·개발(R&D) 예산을 역대 최대(35조3000억원)로 늘린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말했다. 다만 10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에 연기금 등 민간 자금과 국책은행 중심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이 투입되는 것과 관련해서 "기업 주도의 기술 선도 성장을 앞세운 정부가 관 주도로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건지 펀드 실체가 모호하다는 점에서 5점을 받기에는 모자라다"고 말했다.


돈 풀어도 안풀린 경기, 긴호흡으로 구조개혁 나서야[이재명정부 100일] 원본보기 아이콘

기업 주도 성장을 외치면서 상법개정안,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라는 반기업법을 강행하는 기조가 엇박자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성장을 위해선 기업이 뛰어야 하는데 정작 정부는 기업 활동과 투자를 옭아매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의 지지기반을 챙기는 정치문제보다 기업 투자를 늘려 성장률을 높이는 경제문제(국익)를 먼저 고려하는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민성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도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파장에 대한 숙고없이 너무 급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재명표 선심성 돈풀기로 성장의 기회비용 놓쳐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1호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대응TF' 구성을 지시하고 첫 회의를 연 것은 경제 위기 인식이 그만큼 엄중함을 보여준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 1분기 -0.2%(전분기 대비)로 곤두박질치는 등 최근 5개 분기 연속 0% 내외 성장하며 경기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나랏빚을 더 내더라도 국가 재정을 마중물 삼아 침체에 빠진 경제를 반등시키겠다며 대선 과정에서 제안한 추경 편성을 통해 소비쿠폰 발행 등으로 31조8000억원(국회 확정 기준)의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로는 0.9%를 제시했다. 이는 올해 1월 전망치(1.8%)의 절반 수준으로 1.9%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에도 크게 못 미치는 성장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승수효과가 낮은 지역화폐 확대가 내수 진작의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것은 1990년대 이후 무리한 돈풀기에도 경제 살리기에 실패하고 빚더미에 앉은 일본을 통해 확인됐다"며 "산업과의 연관 효과가 크고 지속 가능한 건설 분야 등에 재원을 투입해 경기 회복의 단초로 삼았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일회성 소비쿠폰 발행으로 성장의 기회비용을 놓쳤다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는 지난달 말 발표한 첫 예산안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아동수당 확대 등에 2조7000억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등에 1조2000억원의 예산을 증액하는 내용의 재정정책들을 대거 내놓았다.


정부가 돈을 풀어도 경기가 쉽게 살아나지 않는 상황은 저출생·초고령화라는 인구 변화와 가계부채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빠른 고령화로 정부지출과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성장률마저 크게 꺾이면서 재정 여력은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첫 경방과 예산안에서 늘어나는 세출과 함께 줄어드는 세입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고민은 담지 않았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마다 잉여금이 발생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힌 정치적 문제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며 "과감한 구조개혁은 뒷전에 두고 재정 만능주의에 빠진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빚 청구는 미래세대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 초기 규제 완화와 구조개혁을 통한 기업 성장과 재정효율화 등에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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