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자체가 아닌 근본적인 원인 살펴야
이해하고 인정한다는 느낌 줘야
안유석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디지털미디어 중독을 치유하기 위해선 "다정한 치료법이 널리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유석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5 굿브레인 콘퍼런스'에 참석, '디지털 중독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방법' 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2025.9.3 조용준 기자
안 교수는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굿브레인 콘퍼런스'에서 '디지털 중독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방법'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안 교수는 도파민 중독 역시 중독 치료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근본적인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동기 부족·지루함·수행 불만·사회 기술 부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이를 회피하기 위해 중독 행위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건강한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해 러닝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누워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쇼츠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한다"며 "이러한 방법은 일시적인 만족감을 줄지언정 금세 사그라지고 나중에 더 큰 허무함과 중독 행위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교수는 중독 행위 자체를 비난하는 방식으론 디지털미디어 중독을 치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보다는 중독 행위 기저에 있는 근본적인 감정을 건드리며 천천히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안 교수는 "다른 정신 질환보다도 디지털미디어 중독은 사회와 훨씬 밀접하다는 특성이 있다"며 "중독을 일으키는 것들이 문화의 한 영역에서는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던 것들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완전히 거부하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유석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5 굿브레인 콘퍼런스'에 참석, '디지털 중독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방법' 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2025.9.3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이어 '중독 행위와 건강한 행위의 적당한 밸런스를 찾는 일'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치료의 목표를 중독 행위를 완전히 끊도록 하는 게 아니라 건강한 생활의 비중을 늘려 두 행위 간의 적절한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작은 성과일지라도 중독자의 자가 치료 노력 자체를 칭찬하고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중독에 빠진 사람 대부분은 자존감 하락·인지부조화 등을 회피하기 위해 방어 기제를 발현하는데, 이때 자존감을 다치게 해서는 치료가 진전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간관계의 중요성도 짚었다. 안 교수는 "'알코올 중독의 반대말은 금주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연결돼 있음을 느끼는 것'이란 말이 있다"며 "주변에 중독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그치기보다 다정한 치료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동의하지 않는 약물이나 입원 치료를 권하기보다는 중독 상태임을 인정해도 그 누구에게도 비난이나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켜 안전한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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