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단일 사업장 최대 노조 현대차 노조
7년만에 파업…'노란봉투법' 파업권 강화 현실화
한국GM·GGM 노조도 파업 돌입
'韓美 협력 핵심' HD현대도 파업에 몸살
관세 파고를 넘은 국내 제조업계가 파업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최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통과 이후 변화된 노사 역학관계가 현실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국내 제조업 노사관계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7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면서 노조의 파업권 강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현대차 노조는 이날부터 5일까지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3일과 4일은 각각 2시간씩, 5일에는 4시간 파업을 단행한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 상견례 이후 20차례 교섭을 이어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전날 오후 교섭에서 사측이 ▲기본급 9만5000원 인상 ▲성과금 400%+1400만원, 주식 30주,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등의 내용을 담은 2차 제시안을 내놓았지만, 노조는 조합원의 성과에 비해 부족하다며 파업을 결정했다.
하루 4시간 이내의 부분파업이지만, 단일 사업장 기준 국내 최대 노조이자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맏형 격인 현대차의 파업이 국내 노사 관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하다. 현대차 임단협 교섭 현황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노사 협상에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대차 노조는 국내 경기 침체와 '귀족 노조' 프레임에 따른 사회적 여론을 고려하며 파업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하지만 사측이 제시한 임금 조건이 기대치보다 크게 낮았던 데다 정년 연장 등 핵심 의제에서 실마리를 찾지 못해 결국 파업 카드를 꺼냈다. 또 다른 완성차 업체인 한국GM 노조도 임금협상과 자산매각 저지, 고용 안정 등을 내걸며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부분파업을 진행 중이며, '노사 상생 모델'로 설립된 광주글로벌모터스(GGM)도 파업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HD현대도 노조 파업에 휘청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와 이날 공동 파업한다. 노조는 올해 5월 임금 협상을 시작한 이후 전날까지 모두 6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다. 노조와 사측은 지난 7월 임금 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된 이후 현재까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오는 5일까지 나흘 연속 부분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회사 안팎에서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한미 협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다음 달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미국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방문하게 될 경우 이 같은 불안한 노사 관계가 노출된다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글로벌 협력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파업 장기화는 회사와 구성원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라며 "미래를 위해 노사가 대화를 통해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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