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 '적군의 언어' 전시
아드리안 바야르 로하스 작가 작품 공개
아트선재센터 건물 전체를 전시장으로
라벨 생략해 인위적 전시라는 인식 삭제
서울 종로의 아트선재센터가 인류가 직면한 현재와 미래의 위기 속에서 다양한 생명체와 그들이 맺는 복잡한 관계를 탐구하는 현장으로 변모했다. 아르헨티나-페루 작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의 첫 국내 개인전 '적군의 언어'를 통해, 미술관 건물이 하나의 조각적 생태계로 전화하는 대규모 장소·환경 특정 공간으로 탈바꿈 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미술관을 보존의 공간이 아닌, 비인간과 포스트휴먼, 합성 존재들에 의해 분해와 변이, 계승이 일어나는 야생적이고 불안정한 공간으로 연출했다. 명목상의 전시명은 존재하지만, 실제 전시장에는 그 어떠한 안내나 라벨, 개념 소개가 이뤄지지 않는다. 작가는 "라벨이 작품 자체를 프레임에 가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형식은 '너는 관객이고 이건 작품이야'라고 서로를 구분한다"며 "그런 틀의 갇힘에서 탈피하기 위해 이번 전시에서는 그 어떤 라벨도 붙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관람객이 인위적인 경계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안으로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전시는 건물 전체를 대상으로 삼는다. 복도, 계단, 화장실, 극장 등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전관에 걸쳐 지난 30년간 아트선재센터에 축적된 제도적 장치와 구조를 해체한다. 기존 출입구는 흙더미로 봉쇄됐고, 화이트큐브의 흰 가벽은 철거돼 건물의 콘크리트 골조가 그대로 노출됐다. 전시장의 온·습도 제어 장치는 의도적으로 중단돼 외부 환경에 그대로 노출됐다. 흙과 불, 식물 등의 자연 요소를 내부에 배치해 미술관 내부와 외부, 제도적 공간과 지구 생태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전시는 호라스가 2022년부터 이어온 연작 '상상의 종말'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먼 미래 유적지에서 온 듯한 기괴하고 혼종적인 조각이 낯설고 서늘한 기운을 풍긴다. 그 위층에 마련된 '타임 엔진'은 2023년 헬싱키비엔날레, 2024년 바젤바이엘러재단에서 소개한 기존작에 기반한다. 금속 콘크리트와 플라스틱, 흙, 유리, 수지, 소금, 나무껍질, 자동차 부품 등이 층층이 쌓인 복합체는 인간과 기계의 노동 흔적을 드러낸다. 시간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생물 상태도 전시의 일부다. 천장에 거꾸로 달린 나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마르지만, 전시물에 드리워진 줄기 일부는 수분 공급 시스템에 의해 생장한다. 로하스는 "인간이 세계에 형식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스스로 작용해 현실을 만들고, 그 현실이 다시 물질을 창조해 낸다"고 부연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아르헨티나-페루 작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의 첫 국내 개인전 '적군의 언어' 간담회에서 작가가 발언하고 있다. 서믿음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적군의 언어'란 제목에 대해 작가는 "적군은 우리를 둘러싼 타자성의 언어적 발현이다. 적이라는 존재는 내가 아닌 타자를 의미한다"며 "관계성이 지닌 애증의 관계를 상기시킨다"고 전했다. 이어 "오랜 시간 분단됐지만 북녘의 동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한반도가 지닌 지정학적 역사와도 연관 짓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2월1일까지 이어진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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