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국무회의 업무보고 자리서 문제 세기
관광지 바가지 요금 "사소한 이익 때문에 치명적 타격…자율규제로는 한계"
'새마을 금고' 촘촘한 감독도 당부…"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운영해야"
국무회의 문턱 넘은 상법개정안·노란봉투법 논의도
산업장관 기업 우려 전해…"배임죄 고쳐야 한다는 게 대통령 지론"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바가지 요금'을 지목하고 법률과 제도로 단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을 받아 온 새마을금고 관리 감독 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는 주문도 했다.
2일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부처별 내년 예산 집행 전략 및 중점사업 추진 전략을 보고 받는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부산의 바가지 이야기가 있다'면서 운을 뗀 이 대통령은 "지방 관광을 활성화해야 하는 데 제일 큰 장애 요인이 자영업자들로 인해 사고가 가끔 난다. 바가지 씌우는 것을 단속할 방법이 없냐"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부산 갈치 시장에서 해삼 한 접시에 7만원을 냈다는 사례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강원도도 그래서 타격이 엄청난 모양이더라"라면서 "사소한 것에 이익을 얻으려다 치명적으로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검토를 해봐야 한다"면서 "상권이나 상인연합회에서 자율규제하는 것을 유도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자율적 사항이라고 방치하기에는 공공에 대한 피해가 너무 크다. 연구해봐야 할 문제"라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관광 산업의 (역할 비중이) 상당히 큰 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각별히 관심을 갖고 연구해 달라"라고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무회의 종료 이후 브리핑에서 "국내 관광이 활성화하지 못하고 관광객들이 해외로 나가는 배경에 이 문제(바가지)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문제의식"이라며 "행정지도 이상의 과징금이나 벌금 체계를 마련해달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해서 실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이 대통령은 "새마을금고가 사실 관리 감독 사각지대 같던데"라면서 "금융위로 (관리감독 책임을) 넘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던데, 행안부가 관리하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돼 있지 않으냐"라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관리 감독을 하는 것을 포함해 실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게 운영해야 하는데 말로만 그러면 안 될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에 윤 장관은 "재작년부터 부실 대출이 발생하면서 금융에 대한 지도를 금융위와 행안부가 공동으로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이 문제를 각별히 신경 써 달라"라고 재차 당부했다. 새마을금고는 2023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금고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인 1조7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국무회의 안건 의결을 위한 비공개 회의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2차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업으로서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해당 법안에 대한 기업의 우려를 전달하면서 '배임죄' 완화에 대한 논의가 신속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산업부 장관의 발언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내일 아침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간담회를 하는 등 기업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고 답했다.
두 장관의 발언을 들은 이 대통령은 산업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이 격렬하게 토론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이어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노동자와 기업이 공존을 해야 하는데 주무 부처 간 칸막이가 생기면 노동자와 기업이 싸우게 된다. 장관들이 칸막이 없이 치열하게 토론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니 이제 배임죄에 대해서도 불합리한 부분을 고쳐봐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지론"이라고 말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배임죄 폐지까지 거론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폐지든 완화든 크게 구분 없이 (이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위가 조절되지 않겠느냐"라고 답변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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