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무료 제공 여성은 수건 렌탈비 받아
"특정 성별에 불리한 조건 일률 적용 안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목욕탕에서 여성 고객에게만 수건 요금을 부과한 행위는 성차별이라고 판단했다.
2일 인권위는 남성에게 입장료 9000원에 수건 2장을 무료 제공하면서 여성에게는 수건 렌털비 1000원을 더 받은 한 목욕탕의 차별적 관행을 행정 지도하도록 관할 지역 시장에게 지난 7월 권고했다고 밝혔다.
진정인은 목욕장업소인 A스파랜드가 같은 입장료를 받고도 여성에게는 수건 2장에 대해 별도로 1000원의 렌털비를 부과한 데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여성에게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성차별"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업소는 여성 사우나 수건 회수율이 현저히 낮아 재주문 및 추가 비용이 들게 돼 여성에게 수건 1장당 500원의 요금을 부과하는 관행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또 시청의 권고에 따라 수건 유료 제공 사실을 가격 안내표에 명시했다고 인권위에 항변했다.
시청도 공중위생관리법상 가격 결정에 관한 규정이 없는 만큼 목욕탕을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수건 분실은 이용자 개개인의 행위에 의한 것"이라며 "통계적 근거나 실증적 자료 없이 특정 성별 전체에 불리한 조건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한 일반화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건 분실이나 추가 사용으로 인한 비용 문제는 반납 시스템을 강화하거나 추가 사용 시 개별적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시 관내 운영 중인 목욕장업소 36개소 중 25개소가 남녀 모두에게 동일하게 수건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성차별적 요금 부과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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