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조사서 5년간 1805명 21억원 규모
교육훈련비 예산으로 태블릿·청소기 등 구매
공공기관 소속 직원 A씨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 127만원 상당의 학습콘텐츠 패키지를 수강하면서 103만원 상당의 애플 아이패드 프로를 부당하게 취득했다. 해당 기관에서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소속 직원 953명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953회에 걸쳐 총 11억6440만원을 지원받아 10억2549만원 상당의 사적 물품을 부당하게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공공기관 임원 B씨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 150만 원 상당의 학습콘텐츠 패키지 강의를 수강하면서 125만 원 상당의 갤럭시탭 S10을 부당하게 취득했다. 해당 공공기관에서는 이 같은 방법으로 소속 직원 493명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794회에 걸쳐 총 6억 2437만 원을 지원받아 5억 86만 원(추정가액) 상당의 사적 물품을 부당하게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일부 자료를(직원 161명을 대상으로 1억 6369만 원의 교육훈련비를 지원한 내역) 제출하지 않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일부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교육훈련비로 전자제품을 개인적으로 취득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에 착수해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집중 점검 대상 10개 기관 중 9곳에서 1805명이 25억원가량의 교육훈련비를 지원받아 이 중 약 21억원을 노트북·태블릿PC·스마트폰·청소기 등 사적 전자제품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훈련비는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에 따라 임직원의 업무 능력 향상과 자기 계발을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전자제품 구입 같은 개인 자산 취득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일부 온라인 교육 플랫폼은 구매 희망 전자기기를 사전에 접수하여 전자제품과 교육콘텐츠를 묶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전자제품 구매대행 영업을 벌였고 공공기관 직원들은 이를 이용해 개인 물품을 챙겼다.
시험 응시료 부정 지원 사례도 적발
권익위 조사에서는 시험 응시료 지원을 받았으면서도 실제 시험에 응시하지 않거나 접수를 취소하고 환불금을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 일부 기관은 교육훈련비와 복리후생비 성격이 혼재된 유사 예산을 편성해 맞춤형 복지비와 중복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자제품 구입을 우회 지원하기도 했다. 이는 기획재정부의 '방만경영 정상화계획 운용 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권익위는 교육훈련비 부적정 집행이 확인된 기관에 대해 ▲교육훈련비를 통한 전자제품 구입 즉시 중단 ▲부당집행액 환수 ▲내부 제재 규정 마련을 요구했다. 또 자료 제출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기관에 대해서는 추가 감사와 문책 조치를 통해 관련 예산을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유철환 위원장은 "권익위는 앞으로도 교육훈련비를 포함한 각종 예산의 낭비와 목적 외 사용을 철저히 점검하겠다"며 "공공기관의 부패 행위를 막기 위해 실태조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박은서 인턴기자 rloseo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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