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값을 정하는 건 단순하지 않다."
기획기사 '빵값의 비밀' 취재 중 국내 빵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최지웅 대한제과협회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재료가 버터인지 마가린인지에 따라 원가는 달라지고,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소비자 입맛이 고급화돼 저렴한 재료를 쓰면 손님들이 외면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가 공간설계업체 글로우서울과 협업해 연 팝업매장 'ETF 베이커리'에서 소금빵·베이글·바게트를 99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손님의 반응은 뜨거웠다. 파격적인 가격에 환호하며 오픈 몇 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
그러나 개인 빵집들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1만9600여곳이 영업 중인 국내 제빵업계는 이미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개인 매장은 살아남기 위해 독창적인 메뉴를 개발하고, 고급 밀가루와 버터 같은 프리미엄 재료를 써 품질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슈카월드가 내세운 초저가 빵의 비결은 ▲유제품 등 고가 원자재 최소화 ▲고정비 절감 ▲박리다매 전략이다. '990원 소금빵'은 버터와 마가린을 활용해 원가를 낮췄고, 빵 모양과 포장을 단순화해 인건비를 줄였다. 무엇보다 슈카월드는 판매량이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충분한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슈카월드는 "하루 생산량 2000개가 한계"라면서도 수요가 이어진다면 생산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결국 빵값을 낮추려면 대량 생산이 전제돼야 하지만 개인 빵집이 슈카처럼 저가 재료를 가지고 대량 생산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소비자는 가격에 부담을 느끼지만 개인빵집이 폭리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수익성만 따져봐도 알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보고서에 기재된 2022년 기준 베이커리 전문점의 영업이익률은 6.3%로 치킨 전문점(9.5%), 커피 전문점(7.2%)보다 낮다. 결국 업계가 지적하는 바는 명확하다. '990원 소금빵'은 인지도와 화제성을 지닌 유튜버가 단기간에 시도할 수 있는 실험일 뿐, 일반 빵집이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격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슈카월드의 '990원 소금빵'은 소비자와 업계가 빵값을 두고 얼마나 다른 시각을 가졌는지를 보여줬다. 소비는 늘어나는데 가격은 계속 오르는 상황 속에서 당장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납득할 만한 가격을 도출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빵값 논쟁이 혼란을 야기한 해프닝에 그쳐서는 안 된다. 대형 빵집과 경쟁하려면 자신만의 맛과 기술이 발휘된 메뉴가 필수적이다. 저탄수화물빵·비건빵 등 소비자의 니즈를 최소 단위로 분석해 개성 있는 메뉴를 개발하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넘어 갓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뛰어남)로 승부해야 한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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